‘가자 메트로(Gaza Metro)’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공습을 방어하고, 무기 수송, 물품 밀수 등을 목적으로 조성한 방대한 땅굴을 말한다.

가자지구는 면적이 365㎢로 한국 세종시보다 조금 넓지만, 인구는 237만명으로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하마스는 2005년부터 이곳의 주택이나 모스크, 학교 등의 맨 아래층과 연결된 지하 30~40m 아래에 총길이 300마일(약 438㎞)에 달하는 가자 메트로를 만들었다.

마치 지하철 노선처럼 연결돼 있고, 터널에 철로도 깔려 있어 메트로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면적 605㎢인 서울의 지하철 총길이는 316㎞인데, 가자 메트로는 438㎞라고 하니 규모가 얼마나 방대한지 짐작할 수 있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하마스는 가자 메트로에 지도부 은신처와 지휘 사령부를 만들었고, 각종 무기와 식량, 연료도 이곳에 비축해 하마스 대원 3만5000~4만명이 3~4개월간 전투를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기 가자 메트로는 이스라엘이 가자를 봉쇄한 2007년 이후 이집트와 국경 아래 터널을 파 상품과 연료, 무기 등을 밀수하는 데 이용됐다. 한때 2500개까지 건설돼 이집트의 골칫거리였는데, 이집트 정부가 터널에 물을 부어 파괴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후 하마스는 시가전에 대비해 도심 인구 밀집 지역 밑에도 터널을 연결했다. IDF도 2014년 지상공격 등을 통해 가자 메트로를 파괴하려 했으나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하마스는 5번이나 가자지구를 점령당하는 수모 속에서도 터널을 계속 확장해왔기 때문이다.

IDF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다수의 전차를 동원해 지상군 병력을 가자지구 안으로 진격시켰다. 그러나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이스라엘 측이 꾸준히 예고했던 사단급 규모의 전면 공격은 아니었다. 다만, IDF는 지난 작전들과 달리 가자지구에 남아 임시 거점을 구축하는 등 장기 작전에 대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런 지상전 양상에 대해 “가자지구 최대 도시이자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시티를 남쪽과 북쪽에서 동시에 점진적으로 포위하려는 계획”이라면서 “IDF의 지상 공격은 수개월에서 1년이 걸릴지 모르는 군사작전”이라고 보도했다. IDF 고위 관계자를 인용한 이 보도는 전쟁이 길어지더라도 하마스를 뿌리 끝까지 솎아내겠다는 IDF의 속내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지상전의 성패는 하마스와의 땅굴 전투에 달렸다는 의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고 육지·해상·공중에서 싸울 것이며 지상과 지하 적들을 제거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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