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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이냐, 찻잔 속 미풍이냐.”

지난 2년 여간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가 없었던 현대백화점그룹이 연말 정기 인사에서 ‘인적 쇄신’을 택했다. 이로 인해 백화점·홈쇼핑·현대L&C 등 주요 3개 계열사의 수장이 내부 출신 인물들로 바뀌게 된다. 고물가와 소비침체 등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내부 출신 인사를 중용해 안정된 상태에서 변화를 일으키려는 구상이다. 일각에선 현대백화점그룹이 이른 인사로 경영진을 대거 교체한 것을 두고, ‘변해야 한다’는 그룹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2일 현대백화점그룹은 사장 1명·부사장 1명을 포함해 승진 17명, 전보 23명 등 총 40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폭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지난해에 비해 축소됐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정기 임원 인사 핵심 키워드는 ‘안정 기조 속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 추구'”라며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을 감안해 조직을 확장하기보다는 안정 기조를 바탕으로 내실을 꾀하는 동시에 변화와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그룹의 미래 성장을 준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성과 업무 추진력, 새로운 리더십 등을 두루 갖춘 미래지향형 인재를 핵심 포지션에 중용해 그룹의 지속 성장에 필요한 변화와 혁신을 리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정지영 현대백화점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현대홈쇼핑 대표에 한광영 부사장이, 현대L&C 대표에는 정백재 전무가 각각 내정됐다. 특히 정지영 부사장과 한광영 부사장은 1991년 현대백화점 입사 동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현대백화점 대표에 오른 정지영 신임 사장은 1963년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영업전략담당, 울산점장, 영업전략실장을 거쳐 올해 영업본부장 겸 영업전략실장(부사장)을 지낸 ‘영업통’으로 꼽힌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현대홈쇼핑도 수장을 교체했다. 올 상반기 현대홈쇼핑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5309억원, 영업이익은 58.4% 줄어든 259억원을 기록했다.

새롭게 경영 지휘봉을 잡게 된 한광영 신임 대표는 1966년생으로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1991년 현대백화점으로 입사, 현대홈쇼핑 H몰사업부장(상무), 생활사업부장을 거쳐 올해 현대홈쇼핑 영업본부장(전무)을 지냈다.

정백재 신임 대표는 1969년생으로 건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현대백화점에 입사, 현대L&C 경영전략본부장 상무를 역임한 ‘재무통’으로 불린다.

이번 인사는 최근 몇 년간 정기임원인사 시기(2020년 11월 6일, 2021년 11월 5일, 2022년 11월 10일)가운데 가장 빠르다. 일각에선 유통업계 신흥강자로 부상한 쿠팡과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계열사 대표이사를 모두 유임시키며 변화를 주진 않았지만, 미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 분야에 대해 변화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또 백화점과 홈쇼핑 사업의 경우 내년 3월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점을 감안해, 조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재를 승진 발탁해 안정을 바탕으로 도전과 혁신을 추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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