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6주내 수도권 간단 지도부 나올 것”

이용 “대통령 위해서라면 출마하지 않겠다”

김기현 “제안 보고 말씀드릴 기회 가질 것”

유승민 “대통령 이대로라면 당 떠날 결심”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내년 4·10 총선을 다섯 달 앞두고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때이른 격랑 속에 휩싸였다. ‘인요한 혁신위’가 예민한 공천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면서 당에 ‘폭탄’을 터뜨린 것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의 혁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의 어려운 곳에서 출마하라”고 강력 요구했다.

이날 인 위원장에 의해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대상으로 지목된 지도부·중진·윤석열 대통령 측근은 ‘영남 다선 의원’이 대부분이다. ‘지도부’ 그룹의 대명사인 김기현 대표부터가 울산의 4선 중진의원이다.

‘지도부’와 ‘중진’은 범위를 정하기 어렵지 않지만 ‘윤 대통령 측근’은 어디까지가 ‘측근’인지 다소 애매한 편인데,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영남과 강원에 분포해 있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그룹을 바라보고 있다.

혁신위는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에서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들은 내년 총선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는 방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일정 퍼센트에 대해 일괄 공천을 배제하는 방안은 과거에도 ‘인위적 물갈이 공천’을 위해 즐겨쓰였던 대표적인 방법이라는 점에서 이를 놓고서도 당내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인위적인 '자리 내기'인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시도별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시도별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날 발표를 접한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뒤숭숭한 기류가 지배적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의 ‘혁신’ 작업이 지나치게 공천 문제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점에서 의도를 의심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혁신위원장이 오자마자 ‘영남 스타 험지 차출’ 등 공천 문제로 첫 일성을 시작해 오늘까지 내내 공천 문제만 얘기하고 있는 모양새 아니냐”며 “마치 누구를 어디로 옮기고 빈 자리를 내기 위해 미션을 받고 온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자리 내기’ 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윤 대통령의 ‘진정한 측근’인 검사 그룹 등을 공천하기 위한 ‘자리 내기’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정치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특히 당 생활을 오래하지 않아 사실 국민의힘에는 ‘동지적 관계’라 할만한 인물이 극히 희박하다. ‘핵관’이라 불리는 분들도 마찬가지”라며 “진정으로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왔던 분들은 사실 검사들인데, 이분들이 ‘영남 중진’들의 자리로 들어가기 위한 텃밭 ‘자리 내기’ 아니냐는 말들은 파다하다”고 전했다.


경기 하남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윤 대통령의 대선 수행팀장 출신 이용 의원이 이날 혁신안 발표 직후 불출마 의향이 있는 듯한 입장을 내비친 것도 갖가지 분석을 낳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혁신안 발표 직후 복수의 언론 매체에 “대통령과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출마하지 않겠다”며 “당이 결정하는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놓고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이용 의원이 평소 입각(入閣)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혹시라도 권력 핵심부의 의중에 따라 영남 중진들의 불출마 선언을 압박하기 위해 이른바 ‘논개’와 같은 역할을 자처한 것이라면 염려되는 일”이라고 바라봤다.

인 위원장도 이같은 정치권의 의심을 충분히 전해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은 이날 혁신안 발표 직후 MBC TV ‘뉴스외전’에 출연해, 영남 중진의원들이 불출마한 지역을 ‘친윤 검사’ 그룹이 채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것은 스스로 죽는 것이다. 이상한 약을 먹고 죽는 것”이라며 “그것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관건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대응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만약 김 대표가 흡사 ‘약속대련’처럼 인 위원장의 ‘권고’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험지 출마 등 중대결단을 내리게 된다면, 다른 영남 중진들을 향한 정치적 압력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혁신안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 위원장의 권고에 대해 일단 “언론에 보도된 것을 봤는데, 혁신위가 여러 논의를 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제안해오면 정식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검토하겠다”며 “아직 정식으로 보고를 받지 않아, 제안되는 내용을 보고 다시 말씀드릴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인 위원장은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인 위원장은 MBC TV 출연에서 “험지에 나올 수 있으면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라. (험지 출마를) 못하겠으면 (지역구를) 내려놓으라는 것”이라며 “얼마나 빨리할 지는 모르겠지만 6주 안에 ‘나 수도권 어디 나가겠다’고 하는 지도부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통합' 위한 희생번트인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사진 왼쪽)와 유승민 전 의원(오른쪽) ⓒ뉴시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사진 왼쪽)와 유승민 전 의원(오른쪽) ⓒ뉴시스

국민의힘 일부 의원 중에서는 ‘자리 내기’ 미션 수행이라기보다는 총선을 앞두고 사상 초유의 집권여당 분당을 막기 위한 작업일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통합’과 ‘희생’이라는 게 서로 분리된 키워드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라는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이날 보도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계속 카운트다운이 들어가고 있다”며 “(당의) 한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행동하겠다는 날짜는 이미 정해놨다”고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유승민 전 의원도 YTN TV ‘뉴스라이브’에 나와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왔던 이 모습 이대로 간다면 당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럴 경우에는 당을 떠날 결심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른바 ‘이준석~유승민 신당’의 여권내 원심력은 계속 커져만 가고 있다. 올 봄까지만 해도 “여당이 왜 분당이 되느냐”는 일축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초유의 집권여당 분당이 변수를 넘어 상수를 향해가고 있는 것이다.

소위 ‘대사면’이라 불린 징계 해제 조치를 대하는 당사자들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신당파’는 그런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전혀 잘못이 없었고 오히려 징계 쪽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데, 잘못됐던 징계가 해제되는 것에 감읍할 이유도 또한 없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결국 이준석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의 입장은 윤 대통령이 모든 것을 잘못하고 그르쳐 왔으니, 인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것”이라면서도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은 잘못을 (시인)할 수도 없는 일종의 무오류의 존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결국 대통령을 잘못 이끌고 대통령의 판단을 그르친 죄로 당 지도부와 대통령 측근들이 대신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인 위원장이 이것을 권고로 내놓은 것”이라며 “다만 책임을 묻는다고 하면 당사자들이 생채기가 크게 나서 안되니, ‘희생’이라는 키워드를 꺼내든 것 아니겠느냐”고 바라봤다.

지도부, 중진, 대통령 측근에 대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가 혁신위 의결 형태로 제시된 게 아니라, 인요한 위원장의 ‘개인 권고’ 형식으로 발표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날 혁신위원회의에서 인 위원장이 권고한 안은 6대6으로 찬반이 팽팽히 대립해 의결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인 위원장이 회의를 마치고 전격적으로 권고 형식으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약속대련’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도 “인요한 위원장이 지독히도 고집이 센 성격이라 누구 미션 받고 내려와서 수행을 할 사람이 아니다. 나름대로 이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해 내놓은 충정일 것”이라며 “인 위원장이 첫 일성으로 내지른 말이 ‘통합’이라는 점에서, 결국 두 번째 키워드인 ‘희생’도 분당을 막고 통합으로 가겠다는 맥락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혁신위, 불신 불식하려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가 지난달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용산어린이정원 내 분수정원에서 열리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가 지난달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용산어린이정원 내 분수정원에서 열리고 있다. ⓒ뉴시스

긍정적으로 바라보느냐, 부정적으로 바라보느냐에 관계없이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합치되는 지점이 하나 있다.

‘인요한 혁신위’ 활동에 대해 ‘자리 내기’ 아니냐는 불신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이같은 불신을 불식하려면 국회와 당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희생’을 요구할 게 아니라, 용산 대통령실에 있는 대통령실 참모들과 검사 출신들에 대한 ‘희생’ 또한 당연히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윤(비윤석열) 성향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에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후보를 공천하면 안된다고 계속 간언을 했다”라며 “대통령 주변에 있는 용산 참모들 중에서는 과연 누가 사간(死諫)을 했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나름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무감각을 가지고 정치를 정치답게 하려고 애썼던, 당과 국회에 있던 윤 대통령 측근이라는 의원들은 ‘희생’ 당하고, 그 자리로 검사 출신과 대통령실 참모들이 내려온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마치 조선시대 때 부중파(府中派)가 일소되고 궁중파(宮中派)가 권력을 장악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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