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가 끝난 11일 오후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와 이철규 사무총장이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마련된 김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개표 방송을 보며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쇄신 고삐를 당기고 있지만, “결국 혁신 의지는 없었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사무총장에서 자진사퇴한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으로 귀환하면서다. 더욱이 쇄신을 책임질 혁신위원장은 ‘회전문 인사’ 등 문제는 회피한 채 인적쇄신에만 집중하자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안정과 발전적 도약을 위해 당 사무총장직을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0·11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이후 사흘 만에 내린 결단이다. 당시 김기현 지도부는 이 의원을 포함한 임명직 당직자 전원의 사퇴로 책임론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쇄신을 추진할 동력도 얻었다. 무엇보다 영남권 지역구와 친윤계 인사로 구성된 지도부를 견제하던 비윤계 입장에선 균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분출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그러나 사퇴 19일 만에 이 의원이 내년 총선 후보자 발굴과 인재영입을 전담하는 인재영입위의 수장으로 돌아오자 일부 의원들의 반발과 우려는 거센 상황이다.

◇이철규 복귀는 업무 연속성?…”혁신 의지는 있나”

당이 이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직전 사무총장으로서 총선 공천 작업을 주도해 온 경험을 지닌 만큼,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 준비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곧바로 불만을 터뜨린 것은 비윤계다.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김웅·허은아 등 의원들은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이 의원이 귀환하는 것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왜곡이라고 해명했지만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 한다’라는 발언으로 당내 비주류 인사들의 심기를 건드렸던 만큼, 반발은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회전문 인사라는 평범한 비판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의 일정 부분 책임자로서 사퇴하면서 김기현 대표는 어영부영 물러나지 않은 것인데, 이러면 결국 혁신하겠다는 의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의원의 ‘승선론’에 대해 당내에선 아직 앙금이 남아있는 분위기다. 김웅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당 개혁을 바라는 인물은 승선시키지 않고, 시키는 대로만 하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100% 인사만 영입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은 “이 의원하면 당연히 승선론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며 “일반 국민들은 이번 인선에 대해 모두 그렇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요한-이철규, 공천 전횡 의심…근거없는 불안 조성 지적도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당 통합을 위한 ‘대사면’을 시작으로 주류 세력(지도부·중진의원·친윤계)을 향한 내년 총선 불출마·수도권 험지 출마 결단 요구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현재 당내에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이철규 회전문’ 논란이나 대통령실과의 관계 재구축 문제에 대해선 쇄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인 위원장이 이 의원이 영남권 인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복귀를 환영하자, 당내에선 인 위원장이 16명 달하는 영남권 의원을 물갈이하고 이 위원장이 윤심 인사를 수혈할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대 교체 신호탄은 영남은 물론 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으로 연결되고 있다.

한 국민의힘 수도권 인사는 “영남 물갈이는 인 위원장한테 맡기고 자기 사람을 꽂을 수 있는 소위 의지를 실현 시킬 사람은 이 위원장이 주도하는 형국으로 보인다”며 “인 위원장은 정치 개혁처럼 근본적인 얘기(공천)를 하고 있지만, 이 위원장은 앞으로 현실적인 얘기를 하는 등 퍼즐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영남권 의원의 수도권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차피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내진 않을 것 같다”며 “현재 여러 방면에서 수도권에 정책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데, 결국 현재 인사가 아닌 새로운 사람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론은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좋은 인물 찾아 이길 생각을 해야지, 영남권 중진이 수도권에 오면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더욱이 혁신 주체인 대통령과 당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 인 위원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주류 인사들의 공천 불안감에 대해 반박하는 여론도 있다. 한 당 관계자는 “당무감사를 강력하게 하고 있고 곧 결과가 나오는데, 무작정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계파를 떠나 경쟁력 있는 당협위원장은 남고 없는 사람은 바뀔 텐데, 소위 비윤계라고 해서 반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즉, 경쟁력과 역량만 있다면 계파 상관없이 공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비윤계들이 주목받기 위해 불안감을 키우려는 것 같지만, 근거 있는 주장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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