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인이 실력으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 이강인이 실력으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프랑스 전역이 이강인에게 빠졌다.

이강인이 PSG(파리생제르맹)의 새로운 해결사로 나섰다. 최근 3경기에서 2골 1도움. 모두 공격 포인트를 챙기며 PSG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이 기간 PSG는 9득점 2실점으로 공수에서 상대를 찍어 눌렀다. 이강인의 공이 적지 않다.

특히 가장 최근 열린 4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그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랑스 리그앙 11라운드 홈경기에선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였다. 이강인은 47번 패스해 모두 성공했다. 단 하나의 실수도 없었다. 패스 성공률이 무려 100%였다.

PSG 이적 후 처음으로 프랑스 리그앙에서 골까지 터트렸다. 이강인은 이날 PSG의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포지션 경쟁자인 우스만 뎀벨레와 함께 나섰다. 킬리안 은바페, 랑달 콜로 무아니와 함께 팀 공격에 포진됐다.

전반 10분. 이강인의 왼발이 번뜩였다. 왼쪽 측면에서 아치라프 하키미가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공은 킬리안 음바페를 향했다. 음바페는 공을 재치 있게 그냥 흘려 보냈다. 뒤쪽에 있던 이강인을 정확히 본 것이다.

이강인은 공을 왼발로 한 번 터치했다. 이후 침착하게 왼발 강슛을 때렸다. 공은 왼쪽 골문 상단 구석에 정확히 꽂혔다. 몽펠리에 골키퍼가 반응했지만 슛이 워낙 강하고 정확했다.

▲ 루이스 엔리케 감독.
▲ 루이스 엔리케 감독.

PSG가 1-0으로 리드를 잡는 순간이었다. 이전까지 PSG는 몽펠리에에게 고전했다. 객관적인 전력이 약한 몽펠리에에게 혼쭐이 났다. 몽펠리에는 PSG와 정면 승부를 피했다. 롱패스를 통해 PSG 수비를 흔들었는데 이게 먹혀들었다.

자칫 어렵게 흘러갈 뻔한 경기가 이강인의 선제골로 쉽게 풀렸다. 이후 PSG가 분위기를 압도했다. 뒤지고 있는 몽펠리에는 이전처럼 극단적인 축구를 할 수 없었다.

PSG는 전반까지 몽펠리에보다 두 배 많은 패스를 했다. 볼 점유율은 70%나 됐다. 후반엔 워렌 자이르 에머리, 비타냐가 추가 골을 연달아 넣었다. PSG의 3-0 완승.

승점 24점이 된 PSG는 리그 1위로 올라섰다. 1경기 덜 치른 OGC 니스(승점 22점)를 제쳤다.

이강인은 후반 15분 교체됐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이강인의 체력을 안배했다. 4일 후 있을 AC 밀란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도 이강인을 쓰기 위해서다.

이날 이강인은 60분 조금 넘게 뛰었지만 임펙트는 엄청났다. 프랑스 매체들은 하나 같이 호평하고 나섰다.

‘르 파리지앵’은 “이강인의 골 덕분에 PSG가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시즌 초반 부진을 씻고 깜짝 활얄을 펼쳤다”며 “이강인은 PSG 중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엄청난 에너지로 팀 공격을 이끈다. 특히 지난 세 경기에서 모두 결정적인 활약으로 팀 승리를 책임졌다. 몽펠리에와 경기에선 100% 패스 성공률을 보였다. 한 번의 패스 실수도 없었다. 필드 위에서 유일한 패스 마스터였다”고 밝혔다.

평점은 7.5점을 줬다. 양 팀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였다. 킬리안 음바페(5점)보다도 많았다.

▲ 이강인.
▲ 이강인.

‘르 파리지앵’은 “이강인이 축구하는 걸 보면 너무 쉽게 느껴진다. 이강인이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PSG는 계속해서 승점을 따고 있다. 왼발로 만든 그의 리그앙 데뷔 골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대단히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중원과 측면을 오가며 정확한 패스를 뿌렸다. 약점이 없다. 모든 플레이가 훌륭했다”고 극찬했다.

또 다른 프랑스 매체 ‘풋 메르카토’는 이날 경기의 MOM(맨 오브 더 매치)로 이강인을 꼽았다. 평점은 8점을 줬다. “또 다시 PSG를 놀라게 했다. 경기 내내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100%의 패스 성공률이 이강인의 활약상을 잘 보여준다. 볼 배급을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뿌렸다”고 평가했다.

엔리케 감독도 거들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강인은 작지만 어디서든 뛸 수 있는 선수다. 기량과 성격, 신체능력 모두 완벽에 가깝다. PSG는 지난 여름 아주 훌륭한 선수를 영입했다”고 치켜세웠다.

시즌 초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주전 경쟁에 빨간불이 켜졌던 이강인이었다. 프랑스 현지 매체들도 이강인의 기량에 의문점을 달았다. 하지만 이제는 확고한 주전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을 좋아한다. 엔리케 감독은 스페인 출신이다. 스페인어에 능통하고, 라리가에서 오랜 시간 뛰며 스페인 축구를 잘 아는 이강인과 합이 잘 맞는다. 최근 이강인의 활약까지 더해지며 선발 필승 카드로 기회를 주고 있다.

이강인이 본격적으로 활약을 시작한 건 10월 29일 브레스투아전부터다. 이날 경기서 이강인은 74분 뛰었다. 브레스투아를 상대하면서 슈팅 2개, 유효 슈팅 2개, 드리블 성공 2회, 패스 성공률 93%, 키 패스 1회를 기록했다. 평점도 7점대로 준수한 평점을 받았다.

▲ 킬리안 음바페와 이강인(왼쪽부터).
▲ 킬리안 음바페와 이강인(왼쪽부터).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교체로도 도드라졌던 경기력을 이날에도 보였던 셈이다. 이강인은 AC 밀란전에서 단 19분을 뛰며 볼터치 21회, 패스 성공률 93%(15회 중 14회 성공), 롱 패스 성공, 태클 성공, 볼 경합 성공 3회를 기록했다. 당시 프랑스 매체 ‘풋메르카토’는 “이강인이 뎀벨레를 위협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이강인에게 19분이면 충분했다. 뎀벨레보다 훨씬 깨끗하고 결단력 있는 공격을 보였다. 이강인은 효율적으로 파리 생제르맹 공격을 이끌었다. 설령 엔리케 감독이 뎀벨레를 신뢰하더라도 이강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활용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칭찬했다.

PSG는 2023-24시즌을 앞두고 엔리케 감독에게 팀을 맡겼다. 과거 매년 여름 유럽 내 슈퍼스타들을 영입했다. 유럽 정상 도전을 목표로 세계 최고 이름값을 데려왔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세르히오 라모스 등으로 우주방위대 팀을 꾸렸지만 대대적인 개편을 시도했다. 자유계약대상자(FA)로 팀을 떠난 메시에 이어 프리시즌 동안 함께했던 네이마르도 사우디아라비아 팀으로 보냈다. 슈퍼스타보다 젊고 유망한 선수 위주로 원 팀을 만들 계획이었다. 이강인도 루이스 캄포스 단장 플랜에 있었고, 올해 여름 영입을 확정했다. 어린 시절 발렌시아 유스팀에 입단해 재능을 보였던 이강인은 유스 레벨에서 월반으로 잠재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 1군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도 경험했다. 하지만 좀처럼 출전 시간이 보장되지 않았고 유스 시절부터 10년 동안 뛴 발렌시아와 작별했다. 행선지는 마요르카. 첫 번째 시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 출전 시간이 들쑥날쑥했지만 적응기를 거치고 두 번째 시즌부터 만개했다.

마요르카 핵심 선수로 자리하며 한국인 최초 프리메라리가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보이더니 팀은 2012-13시즌 이후 최고 성적인 프리메라리가 9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사실 이적설은 올해 겨울부터 들렸다. 유력한 팀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다. 하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마요르카가 설정한 이강인 바이아웃을 낼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마요르카는 이적 불가 방침이었다. 이강인은 마요르카를 떠나 더 큰 곳으로 가고 싶었지만 여름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 수비하는 이강인.
▲ 수비하는 이강인.

2022-23시즌 막판에 갈수록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울버햄튼,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프리미어리그 팀과 연결됐다. 하지만 이강인의 최종 결정은 PSG였다. 유럽이적시장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도 ‘HERE WE GO’를 알리면서 이강인 PSG 이적설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강인은 PSG 합류 이후 “난 다양한 포지션이 가능하다. 볼을 편안하게 다룰 줄 아는 선수다. 오른쪽, 왼쪽 윙어를 뛸 수 있는 미드필더다. 트로피를 향한 열망이 크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고,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 내가 PSG 역사상 첫 번째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한국을 대표해서 뛰겠다. 경기장에서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최선을 다하겠다. PSG는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였다. 모든 경기에서 이기고 가능한 많은 우승을 하도록 돕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던 팀”이라며 팀 주전 경쟁에 자신을 보였다.

프랑스 리그앙 개막전에 선발로 뛰었는데, ‘풋몹’ 등 유럽축구통계업체들에게 높은 평점을 받으면서 맨오브더매치(MOM)로 이름 알렸다. 2라운드도 선발로 출전했지만 파비앙 루이스와 호흡이 맞지 않았다. 윙백에 가까운 형태로 뛰어 장점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강인은 후반 초반 교체로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3라운드를 앞두고 또 부상이 알려지며 시련을 겪었다.

이강인은 9월 A매치 기간 회복에 총력을 다했고 이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받았고, 10월 A매치에서 완벽하게 실전 감각을 끌어올려 PSG에 돌아왔다.

프랑스에 돌아와 치른 리그 일정에서 선발로 출전해 음바페 등과 활약했다. 측면에서 왕성한 움직임과 날렵한 모습을 보였다. 10월 A매치 기간에 손흥민이 빠져도 보였던 매서운 공격력이었다.

좋은 컨디션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PSG 이적 후 첫 도움과 골 등을 터트렸다. 최근 3경기 모두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2골 1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팀도 승리하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자연스레 이강인을 바라보는 주위 시선 역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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