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외교관을 사칭한 러시아 유튜버의 장난 전화에 속아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수석 외교 보좌관이 결국 사임했다.

안사(ANSA) 통신은 3일(현지시간) 멜로니 총리가 이날 총리 관저인 로마 키지궁에서 내각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에서 수석 외교 보좌관인 프란체스코 탈로의 사임 사실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1일 각각 ‘보반’과 ‘렉서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러시아 유튜버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와 알렉세이 스톨야로프는 지난달 18일 이뤄진 멜로니 총리와의 통화 녹음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약 15분 분량의 통화 녹음에서 멜로니 총리는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20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전쟁에 지쳤다”고 피로감을 토로하며 “문제는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출구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탈리아가 올해 12만명의 아프리카 이민자를 받아들였는데 나머지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이날 멜로니 총리는 자신이 아프리카 연합의 고위 외교관과 통화한다고 믿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총리실은 러시아 유튜버가 공개한 통화 녹음이 사실이라고 인정한 뒤 “총리가 속은 것에 대해 유감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멜로니 총리는 통화에서 공개된 발언에 대해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65세의 베테랑 외교관인 탈로 보좌관은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은퇴를 불과 몇 달 앞두고 불명예스럽게 사임하게 됐다. 탈로 보좌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해 이스라엘,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주재 대사를 역임했다.

쿠즈네초프와 스톨야로프는 이전에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해리포터’의 시리즈의 저자 J.K. 롤링, 팝 스타 엘튼 존 등에게도 통화를 시도한 바 있다.

두 사람이 각국 지도자나 세계적인 명사와 통화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이들이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스톨야로프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대부분의 유럽 지도자는 로봇처럼 말했지만, 적어도 멜로니 총리는 진심을 얘기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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