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재키 로빈슨은 1947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첫 흑인 선수로 데뷔하여 스포츠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됐다. 안젤라 힐(38)은 2020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자 파이터 최초로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UFC 메인이벤트에 출전했다.

여성 흑인은 약자이고 소수다. 종합격투기선수로서 안젤라 힐이 느끼는 자부심과 책임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도 간 적이 없는 길을 앞장서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상파울루 지나지우 두이비라푸에라(수용인원 1만200명)에서는 11월5일(한국시간) UFC 파이트 나이트 231을 개최한다. 안젤라 힐은 데니지 고메스(24)와 스트로급(-52㎏) 원정경기를 치른다.

 UFC 여자 스트로급 공식랭킹 12위 안젤라 힐. 사진=TKO
UFC 여자 스트로급 공식랭킹 12위 안젤라 힐. 사진=TKO

MK스포츠와 UFC 파이트 나이트 231 사전 화상 인터뷰에서 안젤라 힐은 “나 역시 앞세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미리암 나카모토(47·미국)가 피부색이 검은 여자 킥복서도 맹활약할 수 있음을 보여줄 때마다 항상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미리암 나카모토는 ▲세계챔피언십킥복싱(WCK) ▲세계복싱평의회(WBC) 무에타이 ▲타이복싱협회(TBA) ▲세계프로무에타이기구(WPMO) 챔피언을 지냈다. 흑인뿐 아니라 일본계 미국인으로서도 여자입식타격기 선구자로 꼽힌다.

안젤라 힐은 “미리암 나카모토로 인해 무에타이와 종합격투기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이제는 내가 뒷세대에게 비슷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에 기쁘다”며 보람과 긍지를 드러냈다.

미리암 나카모토는 2005~2011년 프로복싱 경력도 있다. 2012년 데뷔한 종합격투기선수로도 2013년 미국 여자부 전문대회 Invicta 밴텀급(-61㎏) 타이틀매치를 경험했다.

 미리암 나카모토가 세계챔피언십킥복싱, 세계복싱평의회 무에타이, 타이복싱협회, 세계프로무에타이기구 등 입식타격기 월드 타이틀 벨트와 함께 촬영한 프로필
미리암 나카모토가 세계챔피언십킥복싱, 세계복싱평의회 무에타이, 타이복싱협회, 세계프로무에타이기구 등 입식타격기 월드 타이틀 벨트와 함께 촬영한 프로필

안젤라 힐은 “종합격투기는 여자 흑인 및 아프리카계 여성 미국인이 많지 않은 스포츠다.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시작부터가 쉽지 않다.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나라는 존재가 ‘쟤가 UFC 파이터인데 우리도 가능하겠다’는 영감을 준다는 것은 멋지고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헤비급(-120㎏) 시릴 간(33·프랑스) ▲미들급(-84㎏) 이스라엘 아데산야(34·나이지리아/뉴질랜드) 및 알렉스 페레이라(36·브라질) ▲여자 플라이급(-57㎏) 발렌티나 솁첸코(35·키르기스스탄) 등 최근 6년 서로 다른 3체급에서 킥복싱/무에타이 선수 출신 UFC 챔피언이 배출됐다.

UFC 스트로급 공식랭킹 12위 안젤라 힐 역시 2014년 세계킥복싱협회(WKA) 북아메리카 타이틀매치에서 세계프로무에타이연맹(WPMF) 챔피언을 꺾은 입식타격기 파이터였다.

이스라엘 아데산야는 2010~2017년 입식타격기 80경기 및 프로복싱 6경기를 뛰었다. 안젤라 힐은 “종합격투기와는 다르지만, 공식전을 많이 치르면 자신이 정말로 추구하고 싶은 파이팅 스타일을 알게 된다”며 입식타격기 경험을 긍정하면서도 “레슬링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안젤라 힐이 UFC 파이트 나이트 231 사전 화상 인터뷰에서 MK스포츠 질문을 듣고 있다.
안젤라 힐이 UFC 파이트 나이트 231 사전 화상 인터뷰에서 MK스포츠 질문을 듣고 있다.

흔히 ▲복싱 ▲레슬링 ▲주짓수를 종합격투기 3대 요소로 꼽는다. 안젤라 힐은 “주짓수는 레슬링에 비하면 훨씬 쉽다. 레슬링은 정말 열심히 파고들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몸에 무리가 온다. 레벨 체인지 등 성인이 된 후에야 배우기는 어려운 것들이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레벨 체인지’는 펀치와 태클 자세를 섞어 상대를 혼란에 빠트리는 작전이다. 아무리 열심히 스탠딩 전술을 세우고 연습해도 상대 테이크다운을 막아낼 수 없다면 헛수고다. 종합격투기에서 레슬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젤라 힐은 종합격투기 전향을 꿈꾸는 킥복싱/무에타이 선수들한테 “레슬링과 주짓수의 연계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라. 그라운드 게임에서 방어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먼저 공격할 수 있다면 입식타격기 실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넘어지는 것이 두렵지 않고, 혹시 레슬링 공격을 허용하더라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만큼 그래플링이 좋아지면 자신 있게 킥복싱/무에타이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강대호 MK스포츠 기자(dogma01@maekyung.com)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