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도 안철수도 내쳤다

중도층은 ‘약자’에게 향한다

이재명은 ‘핍박’ 모습 연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8일 인천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8일 인천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전통적 보수 세력인 옛 친이계·친박계 단결, 국민의힘 비주류로 대표되는 이준석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 등이 힘을 합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또한 ‘조국 사태’를 계기로 586운동권의 위선에 실망한 2030청년들과 민주당을 이탈한 호남의 중도보수세력 등이 가세해 그야말로 ‘대선연합군’을 형성했던 결실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윤 대통령의 대선연합군은 단계적으로 무너졌다. 가장 먼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반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 전 대표가 쫓겨났고,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 의원이 찍혀 나갔다. 윤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며 ‘강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윤 대통령은 또한 ‘인기 없는 대통령’이 돼 갔다. 지지층 외연 확대는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갤럽이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한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을 긍정평가한 응답은 34%였다. 부정평가는 58%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 이후 첫 1분기(50%)를 제외하고는 줄곧 긍정평가 30%대 초중반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부정평가는 60%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20%), ‘소통 미흡'(8%), ‘외교'(7%), ‘전반적으로 잘못한다'(6%), ‘독단적·일방적(5%)’, ‘통합·협치 부족'(5%) 등이 꼽혔다. 경제 문제를 제외하면 ‘소통 미흡’ ‘독단적’ ‘통합·협치 부족’ 등 키워드가 눈에 띄는데, 이는 결국 국민이 윤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가 2021년 12월 3일 지난 대선 당시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가 2021년 12월 3일 지난 대선 당시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준석·안철수·나경원’을 내치는 과정에서 당을 장악하는 효과는 얻었으나, 국민에게는 독단적 대통령 이미지로 거부감이 고조됐다.

지난해 7월부터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주도하는 ‘이준석 축출 작업’이 시작됐고, 두 번의 당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쳐, 친윤계 의원들이 주도하는 ‘김기현 당대표 만들기’가 올해 3월 완성됐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안 의원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대통령실과 당 주류 세력에 의해 핍박을 당하고 고초를 겪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용산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내년 총선 민심 바로미터로 여겨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이 주장해 온 ‘당정일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비로소 받아들여질 준비가 됐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연일 유승민·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려고 노력하고, 호남 끌어안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의 내년 총선 험지출마를 요구하는 것 등의 활동은 결국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대선연합군’의 재건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거대 양당의 진영 정치가 극대화하면서 결국 중도층의 표심은 ‘약자’로 느껴지는 정당에게 쏠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려 나왔다” 발언은 중도층 표심을 흔들어 되레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여권 내부에서는 현재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소수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약자 이미지’를 갖고 오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거대야당으로 마음만 먹으면 법안도 마음대로 통과시키는 무소불위 권한을 가졌지만, 국민에게는 민주당이 약자, 정부·여당이 강자로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일방적 주도로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국민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대통령의 강한 이미지가 발목을 잡는 것인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역으로 활용해 정부·여당과 검찰에게 핍박받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이에 대통령이 이번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이 대표와 악수하며 포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처럼 적극적으로 야당과 소통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설령 그 과정에서 야당이 윤 대통령이 내민 손을 쳐내더라도, 그 자체로 윤 대통령에게 이미지상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국민은 약자에게 표를 주지, 강자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며 “정부·여당이 소수여당의 한계로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약자 중에 약자인데,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의 강한 이미지가 독이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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