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광주시를 상대로 가짜 투자 유치를 주도한 제니퍼 정(49)씨가 전문직들을 상대로 수십억대 사기행각을 벌여 구속됐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미교포로 확인된 정씨가 의사 등을 상대로 43억원 상당의 사기 범행을 저질러 최근 구속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나도 당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7년여 전인 2016년쯤 정씨를 처음 만났다는 사업가 A씨도 자신의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정씨가 본인을 미국 의사이자, 광주의 모 대학병원에 교환교수로 온 재미교포라고 소개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병원장과 사제 간이라며 친분을 내세웠고, 병원 안에서 만날 때면 지나는 인턴·레지던트들과 인사를 주고받기도 하는 등 진짜 의사처럼 행세했다. 자녀의 발달 장애(자폐) 치료로 고생하던 A씨는 정씨에게 의지했다.

정씨는 A씨 자녀의 병원 차트를 보고 상담을 해주기도 했고, 미국 의료진으로부터 자폐 관련 상담 내용을 받았다며 직접 설명해주기도 했다.

그러던 중 정씨는 지난 7~8월 A씨에게 “자폐 치료법이 미국 유명 교수를 통해 개발됐고, 해당 임상실험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실험 참여를 위해 보증금이 3900만원 필요하다는 말에 A씨는 정씨에게 돈을 보냈고 다른 자녀의 미국 어학연수도 1000여만원을 주고 부탁했다.

미국으로 갈 시기만 기다리던 A씨는 문득 정씨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제야 정씨에 대해 살펴봤고 정씨의 지난 7년여간 언행 대부분이 그럴듯한 거짓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A씨는 정씨에게 돈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해 4000여만원 중 3000여만원을 받았으나 나머지 돈을 독촉하던 차 정씨는 사기범으로 구속됐다.

혐의는 의사 등 전문직 4명을 속여 43억원을 가로챈 사기죄. A씨는 “어학연수 등으로 정씨 측에 돈을 준 이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기상으로 정씨가 경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사기 행각을 계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자신을 글로벌 의료용품 회사 한국 총판 대표로 소개하며,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접근했고 미국 투자이민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다고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의 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8년 광주시에 수천억 원 규모의 허위 투자 제안을 했던 인물이다.

글로벌 의료용품 회사가 3천여억원을 투자해 광주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는 정씨의 말만 믿고 당시 광주시는 투자 유치 사실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가, 뒤늦게 허위임을 확인했다.

광주시는 정씨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고 그냥 없던 일로 서둘러 마무리했고, 결국 수십억 원 규모의 이번 사기 사건으로 이어졌다.

광주경찰청은 정씨를 구속 송치한 후 사기 범행에 가담한 가족 등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추가 사기 피해자도 찾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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