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 내야수 김상수. ⓒ곽혜미 기자
▲ kt 위즈 내야수 김상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박정현 기자] 하필 이 타이밍에 치명적인 수비 실수를 저질렀지만, 마지막에 웃었다. 악몽 같은 하루를 보낸 kt 위즈 내야수 김상수의 이야기다.

김상수는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릴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5전 3승제) 5차전에서 1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올 시즌 김상수는 1020⅓이닝에서 단 6실책만 저질러 ‘수비 달인’으로 활약했다. 이는 수비 이닝 1000이닝 이상을 기록한 내야수 중 리그 최소 실책 기록이다.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김상수에 이어 오지환(LG 트윈스/1010⅔이닝 14실책)과 박찬호(KIA 타이거즈/1042⅔이닝 14실책)와도 꽤 격차를 보였다.

그랬던 김상수가 치명적인 실책을 두 번이나 저질렀다. 그리고 그 점수는 뼈아픈 선취 실점으로 이어졌다. 3회초 1사 후 김상수는 김형준의 타구 때 숏바운드 캐치에 실패해 포구 실책을 기록했다. 후속타자 김주원과 승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다. 김상수가 다시 한 번 공을 잡아내지 못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무사 1,2루가 위기로 변했다.

▲ 김상수의 실책 장면. ⓒ곽혜미 기자
▲ 김상수의 실책 장면. ⓒ곽혜미 기자

▲ 김상수는 연이어 실책 2개를 저질렀다. ⓒ곽혜미 기자
▲ 김상수는 연이어 실책 2개를 저질렀다. ⓒ곽혜미 기자

벤자민은 위기를 이겨내지 못했다. 손아섭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해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 서호철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0-1 선취점을 헌납했다. 김형준과 김주원 하위 타선을 실책으로 내보내 상대 상위타선에 기회가 이어져 실점했다는 것, 그리고 1사 후 김형준과 김주원의 타구를 실책하지 않았다면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아쉬운 김상수의 수비였다.

김상수는 좌절하지 않고, 공격에서 결과를 만들어냈다. 2-2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후 황재균의 안타와 알포드의 볼넷으로 3루까지 갔고, 박병호의 2루수 방면 병살타에 득점했다. 김상수의 득점으로 3-2를 만든 kt. 이 득점은 결승점이 됐고, kt는 3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 기뻐하는 김상수(오른쪽). ⓒ연합뉴스
▲ 기뻐하는 김상수(오른쪽). ⓒ연합뉴스

경기 뒤 만난 김상수는 “실책을 안 한 지 오래됐는데, 5차전에 이렇게 연달아 나와서 멘탈이 조금 무너졌다. 그래도 팀이 승리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라며 “두 번째 타구도 내가 달려갔을 때보다 오른쪽으로 튀었다. 깜짝 놀랐다. 연이어 그러기 쉽지 않은데 (벤)자민이에게 정말 미안했다. 팀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 ‘큰일이다’ 생각했는데 그래도 (김)민혁이가 동점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역전해 다행이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타격감이 나쁘지 않다. 안타가 나와 결승 득점을 올렸는데, 그거라도 해서 다행이다. 팀이 승리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되어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 김상수(왼쪽)는 웨스 벤자민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연합뉴스
▲ 김상수(왼쪽)는 웨스 벤자민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연합뉴스

이로써 김상수 개인은 삼성 라이온즈 시절이던 2015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다. 친정팀 삼성을 떠난 지 첫해 곧바로 한국시리즈에 오르게 됐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시리즈라 감회가 새롭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수비도 잘하고, 어떤 타순이든 살아나가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라고 대답했다.

kt의 포스트시즌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홈에서 1차전(5-9패)과 2차전(2-3패)을 내줬지만, 3차전(3-0승)과 4차전(11-2승)을 잡아내며 반전의 신호탄을 쐈다. 그리고 운명의 5차전 3-2로 승리해 한국시리즈 진출을 만들어냈다. 역대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내준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확률은 11.8%(2/17, 5전 3승제 기준+1999~2000년 양대리그 제외)다. 희박한 확률을 뚫어낸 것이다.

김상수는 “솔직히 2패 했을 때는 ‘큰일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kt 야구가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팀이 아니라는 걸 이번 시즌을 치르며 느꼈고, 3차전 승리하며 자신감이 붙었다. 잘하면 뒤집을 수 있다, 11.8% 확률을 이겨낼 수 있겠구나 판단했는데 오늘(5일)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상수는 “지금 팀의 기세가 좋다. 분위기도 2패 뒤 3연승이라 (LG 트윈스보다) 우리가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 이런 기적을 만들었기에 한국시리즈에서도 다시 한 번 기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라며 힘찬 각오를 다졌다.

▲ kt는 또 한 번 기적을 쓰려고 한다. ⓒ곽혜미 기자
▲ kt는 또 한 번 기적을 쓰려고 한다. ⓒ곽혜미 기자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