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11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 인선 배경을 밝히고 있다./이병화 기자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고강도 인적쇄신안 권고에 국민의힘 지도부, 중진, 친윤계 의원들이 수도권 험지 도전과 불출마의 기로에 섰다. 인 위원장이 “지도부·중진·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친윤그룹)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 중진, 친윤그룹에 모두 해당하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귀띔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 위원장은 지난 3일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회의 후 지도부,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을 직접 지목하며 용퇴를 권했다.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권성동·장제원·이철규·박성민 의원 등 친윤 그룹, 영남권 중진 등 40여 명에게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선언 압박을 넣은 셈이다. 다선 중진은 주호영(5선), 김상훈(3선), 조경태(5선), 서병수(5선), 이헌승(3선), 김도읍(3선), 김영선(5선), 박대출(3선), 조해진(3선), 김학용(4선), 유의동(3선) 의원 등이다.

인 위원장은 그동안 방송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혁신위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될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엔 권고지만 앞으로 그 강도는 더욱 세질 전망이다.

인 위원장의 권고에 ‘화답’한 중진은 아직 없다. 김 대표가 지난 3일 “혁신위에서 공식 제안을 해오면 숙고하겠다”고 밝혔고, 친윤계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은 “소는 누가 키우냐”고 말했다. 초선 비례대표인 이용 의원만이 “당의 요청과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부 의원들은 김 대표의 입장 표명을 기다리는 눈치다. 김 대표가 인 위원장이 제안한 지도부, 중진, 친윤그룹이란 조건에 모두 부합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울산에 지역구를 둔 4선 의원으로 친윤그룹이자 지도부의 수장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불출마 선언 혹은 수도권 험지 도전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다선 의원은 “지역구를 그렇게 쉽게 옮길 수 있는게 아니다. 수도권에 가서 경쟁력 없는 사람이라는 망신을 당하느니 불출마 선언 후 지방자치단체장을 노리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일단은 김기현 대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말을 아꼈다.

대표적인 친윤계인 권성동·장제원 의원도 각각 강원 4선, 부산 3선으로 중진에 해당한다. 한 당직자는 “두 분 모두 윤 대통령 당선 후에는 당직을 맡지 않고 두문불출했는데 친윤 이미지가 워낙 센 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과 박성민 의원은 각각 재선과 초선이라 무조건 배제하기엔 다소 무리한 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의 경우 강원도인데다 무소속으로도 당선됐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이철규 위원장은 비상한 분”이라며 “친윤그룹으로 분류됐다고 무작정 배제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당에서 그 모든 비판을 감수하면서 인재영입위원장에 다시 앉힌 이유가 있다”고 했다. 김포-서울 편입 정책 발굴,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영입에도 이 위원장의 아이디어와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인 위원장이 중진, 친윤그룹, 지도부의 수도권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를 이끌어내면 유권자들에게 성공적인 혁신으로 보여질테지만 이건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해보인다”며 “그렇지 않고선 당에서 상당한 논란의 소지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혁신에 당위성이 있더라도 모든 혁신이 성공하지 않는다. 면밀히 검토하고 보다 섬세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사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중진이 출마를 안하고 하고가 아니라 당이 어떻게 바뀌느냐”라며 “무기력한 국민의힘의 모습이 아니라 역동적인 당정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는 안 해주고 공천, 사면 얘기를 하는 건 동 떨어져 있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한편 영남 다선 의원이 수도권에서 당선된 경우는 사실상 정몽준 전 의원밖에 없다. 정몽준 전 의원은 울산에서 5선 후 서울 동작구로 지역구를 옮겨 2번이나 더 당선됐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들인데다 FIFA 부회장까지 역임한 전국구 정치인이었다는 점에서 영남권 현역 의원들과 비교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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