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순방 외교에 나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깜짝 방문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났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이어가며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아랍권 참전에 따른 확전 위험을 막겠다는 행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서안의 중심도시 라말라를 방문해 마무드 아바스 수반과 회담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과 요르단 암만을 순차 방문했지만, 서안지구는 방문 일정에 없었다. 블링컨 장관과 압바스 수반의 회담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고, 회담 후 공동성명도 내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는 회담 후 짤막한 보도자료를 통해 블링컨 장관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필수 서비스 재개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아바스 수반은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즉각적 정전과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아바스 수반 측 대변인인 나빌 아부 루데이네가 전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WP)는 “양측이 공동성명을 내지 않은 건 회담 결과에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강제로 이주당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미국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국민 모두의 존엄성과 안보를 동등하게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대한 팔레스타인 주민의 정당한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블링컨 장관과 아바스 수반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을 중단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필요성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또 (전후) 가자지구를 가장 이상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PA의 효율적 재편과 활성화를 제안했다. 다만, 전후 일시적으로 다른 국가와 국제기구가 안보와 통치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매슈 밀러 대변인이 전했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블링컨 장관이 아바스 수반에게 가자지구의 미래와 관련, 자치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가자지구의 미래가 오늘 면담의 핵심 주제는 아니지만, 자치정부가 그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바스 수반은 자치정부가 미래에 가자지구를 다시 통치하려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한 포괄적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바스 수반은 “우리는 서안과 동예루살렘, 가자지구에 대한 포괄적인 정치적 해법의 틀에서 우리의 책임을 추정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분쟁 초기 이스라엘을 찾아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검문소 개방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이스라엘의 보복전을 멈추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일시적 교전 중단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분명한 거부 의사를 드러내면서 바이든 정부의 중동 외교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번 방문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난민촌 공습 몇시간 뒤에 이뤄졌으며 블링컨 이동 시 삼엄한 경호를 받으면서 무장한 차량으로 이동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12·16일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세 번째로 이스라엘을 찾았다.

블링컨 장관의 방문은 그가 서안지구를 떠날 때까지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방문 때 일부 주민들은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다음 순방지인 튀르키예로 이동하는 중 키프로스를 경유했다. 그는 라르라카 공항에서 니코스 크리스토두리데스 키프로스 대통령과 만나 키프로스가 제안한 가자지구 해상 원조 통로 구축 문제를 논의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을 위해 지상전을 이어온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했다.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 군이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했으며, 이 해안 도시를 둘로 분할했다”고 말했다. 일간 하레츠는 이스라엘군이 향후 48시간 안에 가자시티 내에서 시가전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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