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디 신민혁 ⓒ곽혜미 기자
▲ 페디 신민혁 ⓒ곽혜미 기자

▲ 페디 ⓒ곽혜미 기자
▲ 페디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신원철 기자] 너무 잘 던져서 탈이라고 해야할까. 메이저리그 복귀가 유력해지니 깎아내리려는 것일까. NC 에릭 페디가 포스트시즌에 단 한 차례만 등판한 것을 두고 ‘태업’ 주장이 나온다. 정작 선수는 뒤늦게 자신을 향한 비난을 전해듣고 마음아파했다는 후문이다. 

NC 다이노스의 가을 이야기가 막을 내렸다. NC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2-3으로 역전패하며 한 시즌을 마감했다. 가을 야구 데뷔 시즌 16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신민혁의 역투로 2-0 리드를 잡았다가, 신민혁이 점수를 내주고 류진욱이 결승점을 빼앗기면서 역전패했다. 이 과정에서 페디는 등판하지 않았다. 

나갈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페디는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바라보다 불펜으로 이동했으나 등판 준비까지는 하지 못했다. 강인권 감독은 경기 후 페디의 불펜 움직임에 대해 “어깨가 무겁다고 그러더라. 상황이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 신민혁 페디 ⓒ곽혜미 기자
▲ 신민혁 페디 ⓒ곽혜미 기자

페디의 올해 포스트시즌 성적은 1경기 플레이오프 1차전 6이닝 3피안타(1홈런) 1볼넷 12탈삼진 1실점으로 남게 됐다. 정규시즌 30경기 20승(1위) 6패 평균자책점 2.00(1위), 180⅓이닝(4위) 209탈삼진(1위)을 기록한 ‘트리플 크라운’ 슈퍼 에이스가 포스트시즌 경기에는 단 한 차례 밖에 등판하지 못한 것이 NC에 아쉽게 느껴질 수는 있다. 페디가 5차전에 나왔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페디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생각하며 몸을 사렸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미 페디는 NC를 위해 많은 일을 해냈다. 

투구 이닝부터 페디에게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페디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합쳐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KBO리그 기준 규정이닝인 144이닝을 넘긴 적이 없다. 130이닝도 2021년 139⅓이닝(메이저 133⅓이닝), 2022년 131이닝(메이저 127이닝)이 전부. 올해는 처음으로 150이닝을 넘고 160, 170, 180이닝까지 넘겼다. 

문제의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도 거를 수 있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NC는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16일 KIA 타이거즈전에 페디를 선발로 투입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6회 사고가 터졌다. 강습타구에 오른팔을 맞은 페디는 그대로 교체돼 병원으로 이동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았으면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수 있었는데 2.00에 멈춰야 했고, 무엇보다 포스트시즌 등판에 지장이 생겼다. 애초에 페디가 몸을 사리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 페디 ⓒ곽혜미 기자
▲ 페디 ⓒ곽혜미 기자

준플레이오프 준비 과정부터 삐걱거렸다. 원래 NC는 페디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등판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페디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태너 털리가 대신 등판하게 됐다. 그러자 ‘페디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몸을 사린다’는 소문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돌기 시작했다. 정규시즌 30경기 180⅓이닝은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됐다. 

어쩌면 페디의 에이전시가 ‘보라스컴퍼니’라서 생기는 오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에이전시 관계자는 “페디는 정말 노력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등판하지 못한 점에 대해 팀에 미안해 하고 있다. 오늘 온 메시지도 ‘NC는 정말 좋은 팀이다. 그런데 내가 도움을 주지 못해 정말 기분이 좋지 않다’는 내용이다”라고 전했다. 

에이전시의 입김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메이저리그 계약이 진행됐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이제 막 메이저리그 FA 명단이 나왔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구단 입장에서 특급 FA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리는 선수인 페디를 누구보다 먼저 ‘입도선매’할 이유가 없다. 페디 입장에서도 시장에 나와 가치를 평가 받고 몸값을 올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게다가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메이저리그에 갈 것 같다’는 이유로 몸을 사릴 수가 없다. 구단이 평가할 프로의식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 페디 ⓒ곽혜미 기자
▲ 페디 ⓒ곽혜미 기자

이 관계자는 “페디가 가장 많이 던졌던 때가 130이닝 수준인데, 올해 186이닝을 넘겼다. 그렇게 이닝이 늘어나면 무리가 가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타구에 맞은 뒤로 빨리 복귀하기 위해 무리한 것도 밸런스에 영향을 끼쳤다. 1차전도 정상 컨디션이 아닌 채로 던졌다. 페디는 진심으로 포스트시즌 등판을 더 하지 못한 것을 속상해 한다”고 얘기했다. 

사실 페디는 그동안 자신이 태업한다는 식의 주장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NC 구단 통역이 부정적인 소식은 전하지 않고 복귀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한 덕분이다. 그런데 5일에야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고. 페디로서는 억울할 노릇이다.

페디는 5일 경기 후 눈물을 쏟으며 선수단과 시즌을 마무리하는 식사자리에 참가했다. NC는 재계약을 추진하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다. 페디는 이미 시즌 내내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를 몰고 다닌 스타였다.

MLB.com은 3일 곧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KBO와 일본프로야구(NPB) 스타 가운데 하나로 페디를 언급했다. 메릴 켈리(애리조나)처럼 메이저리그로 복귀해 대박을 칠 수 있다는 기대가 담겼다. 

이 매체는 “페디는 내년 2월이면 31살이 된다. NC에서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페디는 2022년 시즌 워싱턴 내셔널스를 떠난 뒤 갈고 닦은 스위퍼 덕분에 이닝당 타자 한 명 이상을 삼진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페디는 KBO리그 많은 투수들에게 ‘최신 트렌드’ 스위퍼를 전파하며 한국 야구의 발전에도 이바지했다. 

▲ 페디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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