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중진·친윤들 총선 불출마 혹은 수도권 출마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명칭과 위원 인선 등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명칭과 위원 인선 등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 지도부·중진·친윤들 총선 불출마 혹은 수도권 출마]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가 내놓은 2호 혁신안 가운데 첫머리에 오른 과제다. 당내 울림이 크게 느껴진다. 자신의 이해(利害)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불이익을 당할 사람이 당의 유력자들이니 반발의 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기도 하다.

“혁신위원들은 어떻게 해야 선거에서 이기는지 까지는 잘 알지 못할 수가 있다. 영남 중진을 수도권에 보낸다고 다 이기는 것도 아닌데, 그럼 앞으로 소는 누가 키우나.”

대표적 친윤 인사로 지칭되는 이철규 의원이 한 말이라고 한다(조선일보, 11.4).

△ 혁신위를 구성하고 혁신안을 만드는 것이 바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승리전략의 일환이다. 그 혁신위에서 만든 혁신안이 선거에 이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면 위원회 구성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혁신위원장과 위원들을 잘못 선정했다는 것인지, 말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 수도권에 보내면 이긴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는 투로 들리는데 왜 그 사람들에게는 그처럼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 다른 후보를 내보내도 당선될 지역에 버티고 앉아 정치적 토호노릇 그만하라, 그런 정치꾼을 더 이상 만들어내지 말라는 게 혁신안의 뜻이라고 여겨지는데 아닌가?

△ 소는 왜 그 사람들만이 키울 수 있다고 여기는지도 의아하다. 영남출신 의원들은 자신이 잘나서라기보다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당선된 경우가 태반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사람을 공천한다고 소를 못 키울 까닭이 없다. 문제는 서울·수도권에서의 약세다. 지도부, 중진 등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수도권 도전을 두려워하는 게 황당하다.

△ 아마도 중진쯤 돼야 야당의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당을 지켜낼 수 있다는 인식인 듯하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서 얼마나 당을 잘 지켜냈는지부터 설명해 줄 일이다. 아마추어, 청장년은 당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없다는 사고방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아마추어 윤석열 대통령이, 적어도 대통령 리더십의 대전환이라는 점에서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되는데 이 의원의 평가는 다른 모양이다.

△“혁신위원장이 쇄신 분위기를 일으키려 개인 의견을 내질러 본 것 같다. 영남 중진 중에 서울 나와서 당선될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이는데, 몰살시키겠다는 것이냐,”

다른 친윤 핵심 의원이 한 말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출마하면 몰살당할 사람들이 중진입네 하고 거들먹거렸다는 건가? 죽이자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 표밭 영남지역에서 쇄신공천을 하자는 것으로 인식되는데 현역들에게는 달리 들리는 것 같다. 단언컨대 영남지역에서라면 후보가 바뀌더라도 이당의 공천 후보라면 대부분 당선된다. 그곳 선거구가 ‘중진’들에게 주어진 영지(領地)는 아니지 않은가.

△ “혁신위가 중진을 단순히 ‘구악’ ‘퇴물’로 보고 그런 제안을 했다면 이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영남에 친윤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보낼 자리를 비우려는 사전 작업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렇게 말했다(조선일보). ‘구악’이라서 떠나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퇴물’ 운운은 자격지심(自激之心) 탓인 듯하다. 당과 지역에서 권세 자랑 그만큼 했으니 이제 당의 총선 승리에 기여해야 한다는 당연한 요구로 들리는데 왜 억측으로 대응하는지 궁금하다. 정치인들 걸핏하면 ‘백의종군’의 각오를 밝히곤 하던데 내년 총선이 바로 그 의지를 요구하는 때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종전에도 총선 때마다 컷오프 룰이 적용되긴 했다. ‘하위 20% 배제’는 오히려 관대한 기준이다.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끌던 새누리당은 19대 총선 공천에서 현역의원 하위 25% 공천배제를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패색이 짙던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어냈다. 컷오프제 자체는 바람직하다. 다만 컷오프제가 대립하는 정파 간의 보복적·배제적 공천에 이용됨으로써 제도의 의의를 훼손한 경우가 없지 않았음은 반성해야 한다.

평가는 주로 당무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에 따르게 될 것이다. 공정하게 한다고 해도 조사 및 심사 기법, 현장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객관성이 부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거기에 당 지도부의 의도까지 개입된다면 불신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혁신위가 의욕적으로 만들어낸 혁신안이 당 지도부의 저의에 의해 왜곡 굴절될 수도 있다는 점을 당의 주요 구성원들이 함께 유념해야 한다.

사실 20% 컷오프는 너무 소극적이다. 정당들은 선거 때가 되면 ‘현역 30% 물갈이’ ‘50% 물갈이’를 내세우며 기세를 올리곤 했다(대개는 그때뿐이었지만). 그러잖아도 현역 쪽으로 심하게 기운 운동장에서 실적에 대한 평가까지 허술할 경우 참신한 신진세력의 국회 진입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혁신위는 이점을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혁신안에는 빠졌던데 ‘동일지역 3선 초과 금지’도 마땅히 시도돼야 한다. 사실은 지역 상관없이 3선에 그치도록 하는 게 맞다. 대통령은 단임, 지방자치단체장은 3선까지다. 의원들만 선수제한을 두지 않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인식이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특권계급, 특수신분이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점을 모르는 양 해서는 안 된다.

법으로 이를 규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면 된다. 탈당해서 다른 당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겠지만 제도가 정착되면 유권자도 그런 행태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한 정당의 결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이를 수용하려 할 리도 없다.

그렇지만 선거 때는 가능하다. 각 정당이 사활을 걸고 벌이는 경쟁인 만큼 표가 된다면 무슨 일이든 감당하려 할 것이다. 게다가 정치 신인들의 경우 ‘3선 실링’안을 지지할 개연성이 높다. 각 정당은 현역 우선의 선거제도를재고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를 공약으로 내 건다면 다른 정당이 외면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차기 국회에서 입법이 가능할 수 있다. 혁명적 쇄신을 위한 절호의 기회는 바로 주요 선거 때다. 정당의 혁신위원회도 그 때문에 구성된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보다 더 적극적이고 과감하기를 기대한다.

(혁신위가 제시한 안 가운데 ▲이준석·홍준표 사면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당헌 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구속 시 전면 박탈 등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다루기로 한다. 일종의 시리즈 칼럼이 되는 셈이다. 원고의 양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아서….)

ⓒ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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