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12조원을 내야 하는 삼성 오너 일가가 재원 마련 차원에서 2조6000억원 규모 삼성전자 및 계열사 주식을 처분한다. 내야 하는 상속세 20%가량을 조달한 것이다.

6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보면 지난달 31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하나은행과 유가증권 처분 신탁계약을 맺었다. 계약 목적에 대해 ‘상속세 납부용’이라고 공시했다. 계약기간은 지난달 31일부터 내년 4월30일까지다.

삼성전자 매도 지분은 0.5% 규모다. 홍 관장 0.32%, 이부진 사장 0.04%, 이서현 이사장 0.14%를 매각한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3일 종가(6만9600원)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2조761억원이다. 홍라희 전 관장 1조3450억원, 이부진 사장 1671억원, 이서현 이사장 5640억원이다. 이부진 사장은 같은 날 삼성물산(0.65%), 삼성SDS(1.95%), 삼성생명(1.16%) 지분 매각 신탁 계약도 체결했다. 3일 종가 기준 매각 금액은 총 4993억원이다.

삼성 오너 일가는 2020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이후 해마다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보유 주식을 팔거나 담보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지분, 부동산 및 현금 등 전체 상속분에 대한 상속세액은 12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은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상속세 재원 마련은 (이건희 선대회장) 유가족이 진행하는 건이어서 별도로 밝힐 내용은 없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삼성뿐 아니라 기업 오너 일가 부담 상속세율이 너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 최고 상속세율이 사실상 세계 최고라고 했다. 창업주 직계비속의 경우 기업승계 시 상속세 최고세율 50%로 일본(55%)보다 낮다. 하지만 대주주 등에게 받으면 20% 할증평가가 붙는다. 세율은 사실상 60%로 뛴다. 세계 최고다.

오너 일가는 상속세 조달 재원은 회사 배당금으로 대부분 충당한다. 일례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급여 한 푼 받지 않고 회사 배당금과 주식 담보 대출 등으로 상속세를 내고 있다.

회사가 배당을 늘릴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의 경우 분기 배당액을 주당 361~362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1년간 17% 올랐지만 반도체 경기 불황 때문에 흑자를 간신히 유지할 정도로 실적이 나빴다. 시설투자에 연간 기준 최대 수준인 53조7000억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배당을 늘릴 여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상속세 재원 조달 방안으로 배당 확대가 거론된다”면서도 “지나친 배당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