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폭격에 시달렸던 종목의 주가 반등 모멘텀이 될 것.” vs “각종 테마주 중심으로 극단적 수익률 발생 빈도 늘 수밖에 없을 것.”

금융 당국이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조치가 향후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는 공매도 전면 금지가 2차전지주(株) 등 공매도의 주요 타깃이 됐던 종목을 중심으로 수익률이 반등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상승 반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과 학계를 중심으론 공매도 전면 금지로 인해 전반적으로 종목들의 주가 변동폭이 커짐으로써 발생하는 불확실성의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하반기 들어 국내 증시 약세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공매도 거래 전면 금지 기간엔 ‘증시 반등에 따른 시장 안정화’ 목적을 대부분 달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거래가 전면 금지됐던 적은 ▷1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0월 1일~2009년 5월 31일) ▷2차 2011년 유럽 재정위기(2011년 8월 10일~2011년 11월 9일) ▷3차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2020년 3월 17일~2021년 5월 2일) 등 세 차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차 금지 기간 코스피 지수 등락률이 -3.60%(1448.06→1395.89포인트)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같은 기간 코스닥(19.97%, 440.77→528.80포인트) 지수를 비롯해 2차 금지 기간(코스피 5.98%, 코스닥 17.68%), 3차 금지 기간(코스피 83.56%, 코스닥 94.93%) 모두 주요 주가 지수가 상승 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에 앞서 3개월간 코스피·코스닥 지수 등락률이 -25.32~-13.54%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주가 반등이란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3차 금지 기간의 경우 ‘동학개미운동’에 따른 주가 단기 급등 현상이 벌어졌지만, 한시적으로 공매도가 막힌 덕분에 주가가 내려가는 ‘패닉 셀링’ 가능성이 제거된 점이 이 같은 흐름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공매도 전면 금지로 인해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확연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수급에 의한 자율적인 가격 조정이 점차 약해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특정 이슈로 인해 공매도 잔고가 많이 쌓였던 종목들이 단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정황상 코스피와 코스닥은 모두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업종이나 개별 종목 단에서는 이번 주부터 시장은 공매도 금지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매도 금지에 대해 소급 적용은 되지 않더라도, 각 주식들에 대한 기존 공매도 포지션에 변화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2차전지, 바이오와 같은 성장주, 면세, 여행, 유통 등 중국 소비·테마주들 이 공매도 잔고 금액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수급상 단기적인 주가 모멘텀이 형성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이날 오전 9시 20분 현재 코스닥 시장 내 대표 2차전지주로 꼽히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5.22%, 13.97% 상승한 26만5000원, 72만6000원에 거래 중이다. 코스닥 시총 5위 엘앤에프 주가 역시 전 거래일보다 9.28% 상승한 상황이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포스코퓨처엠(15.61%), LG에너지솔루션(9.58%), 금양(9.55%), 포스코홀딩스(6.16%), SK이노베이션(4.08%), LG화학(3.93%), 삼성SDI(3.41%) 등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그동안 주요 2차전지 종목을 중심으로 집중됐던 공매도가 ‘하방 압력’을 가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기간을 통해 외국계 투자은행(IB) 등을 중심으로 성행했던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를 확실히 적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상환기간, 담보비율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학계와 증권업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 요인이 아닌 만큼 중장기적으론 공매도 금지가 주가 하락세를 막는 데 한계가 분명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적 의견도 나온다.

장기간 공매도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한 전문가는 “공매도가 가격 발전에 기여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순기능이 분명한 상황”이라며 “급작스러운 전면 금지로 이 같은 기능이 발현될 수 없게 됨으로써 가뜩이나 커져 있는 국내 증시 변동성이 극대화되며 불안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꼬집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올해 발간한 ‘공매도 규제효과분석’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가격 효율성이 저하되고 변동성과 극단 수익률 발생 빈도가 증가하며 거래회전율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 보고되는 공매도 규제 효과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와도 일관성을 보인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대준 연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매도 규제에 의한 종목의 반등은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단순 낙폭 과대에 따른 숏커버(주식 재매입) 종목은 수급 재료가 사라지면 다시 조정을 보일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기 관점에서의 ‘바이 앤 홀드(Buy&Hold, 매수 후 보유)’를 염두에 둔다면 최소한 펀더멘털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며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전월보다 증가한 종목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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