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인사 카운트 다운…이르면 이달 말부터

성과주의 기조 속 미래 경쟁력 강화에 방점

4대그룹 총수.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데일리안 DB 4대그룹 총수.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데일리안 DB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재계 인사 핵심 키워드로 ‘성과’와 ‘쇄신’이 거론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가 악화일로를 걷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경영 환경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핵심 포지션을 중심으로 조직을 새롭게 정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요 그룹들은 하반기 사업보고회를 거쳐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는 과감히 메스를 대는 한편, 성과가 뚜렷한 계열사나 사업부문 책임자는 적극 중용해 미래 경쟁력 제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예년처럼 내달 초 삼성전자를 필두로 계열사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이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장을 겸직하는 형태로 경계현 DS부문장(사장)과 투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은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올 3분기 누계로만 12조원 이상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다, TV·생활가전 사업도 경쟁사와의 격차가 2배 가량 벌어지면서 유례 없는 위기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와 세트 모두 수요가 받쳐주지 않아 실적이 미끄러진 상황이지만, 경쟁사인 SK(반도체)가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술 개발에서 속도를 내고 있고, LG(가전)가 프리미엄·볼륨존에서 모두 성과를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기술 고삐를 더 조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경영환경 역시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한종희·경계현 투톱체제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삼성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조직 통합·분리나 파격 인사 없이 관록있는 경영진을 중용하며 위기 속 안정에 주안점을 뒀었다.

내년에는 조직에 혁신을 불어넣는 것과 동시에 초격차 기술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역할이 요구되면서 기존 경영진에 변화를 꾀할지 관심이다.

주요 사업부문 수장의 임기는 아직 1~2년 남아있다. 경계현 DS부문장(사장),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박학규 CFO(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의 임기는 모두 2025년 3월까지이며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은 2026년 3월까지다. 다만 ‘쇄신’과 ‘변화’ 기조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삼성의 인사 원칙인 성과주의가 그룹 내 계열사에도 두루 적용될지도 관심사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TV 수요 침체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신제품 효과로 3분기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밖에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곳으로는 삼성SDS, 제일기획, 삼성물산(상사·건설) 사장, 삼성중공업,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이 있다. 작년 첫 이영희 삼성전자 사장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에도 여성 사장 깜짝 발탁이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SK도 내달 초 사장단 인사를 통해 미래 경쟁력 준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서든데스(Sudden Death, 돌연사)’를 7년 만에 다시 꺼내 들면서 그룹 CEO들에 기민한 대응을 주문했다.


최 회장이 2016년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언급한 ‘서든데스’ 화두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그룹이 맞닥뜨린 경영환경이 엄중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룹 인사가 한달 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 쇄신에 방점을 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SK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조대식 의장 체제를 유지하는 대신 위원장 5명은 교체하며 변화를 꾀했었다. 올해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정유·석화 등 에너지 사업도 부진한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인사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시점은 부산엑스포개최지가 결정되는 오는 28일 직후가 거론된다.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삼성서초사옥, SK서린빌딩,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LG트윈타워(왼쪽부터)ⓒ데일리안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삼성서초사옥, SK서린빌딩,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LG트윈타워(왼쪽부터)ⓒ데일리안

올 3분기 만에 합산 영업이익 20조원을 넘어서며 고공행진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성과주의와 더불어 전기차 시대를 주도할 핵심 인재 중용에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 장기화, 보조금 축소 등을 이유로 글로벌 전기차업체들의 투자가 주춤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이를 기회로 삼아 투자 고삐를 조이고 신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리스크 관리, 원자재 확보 방안 등에서도 촘촘한 구상이 필요하다. 이를 아우를 인재를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런 차원에서 현지 시장에서 성과를 낸 해외 법인을 비롯해, 영업·기술 연구개발(R&D) 등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말 사장단 인사에서 ‘안정 속 혁신’을 택했다. 당시 인사를 통해 사장급 3명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부회장 승진은 없었다. 내년 현대차그룹이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 PBV(목적기반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 추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의선 회장이 경영진 체제에 안정 기조를 유지할지, 새로운 인물을 간택할지 관심이다.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인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LG그룹도 조직 변화와 혁신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LG그룹은 구광모 LG 회장이 주재하는 하반기 사업보고회를 진행중이다. 각 사업부 및 계열사별 성과를 보고 받은 뒤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에는 2024년 정기 인사를 실시할 전망이다.

올해 인사에서는 취임 초기부터 구 회장을 보좌해온 3명의 부회장단에 변화를 줄지 관심사다. 현재 LG그룹 내 부회장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권봉석 (주)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3인 체제로, 이중 권영수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권영수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며 글로벌 배터리 영토전쟁에서 성공적으로 장악력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거취에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최근 돌았던 포스코 차기 회장 하마평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일축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조주완 사장 체제에서 가전·전장 사업이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디스플레이 침체·자동차용 부품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LG화학도 시황 침체 속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돌파구가 절실하다. 그간 ‘변화와 혁신’의 길을 달려온 구광모 회장이 올해 인사에서 부회장단을 비롯해 주력 계열사 경영진 진용을 새롭게 구성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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