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로 쪼그라든 가계 지갑은 소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카드 매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한편 주요 소비 지표들도 내리막을 타고 있다.

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카드승인금액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4% 증가한 29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액 자체는 늘었지만, 증가율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카드승인금액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5.1%에서 4분기 8.4%, 올 1분기 11.5%, 2분기 4.1%로 분기마다 줄어들었다.

카드승인금액 감소는 비대면·온라인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차량연료 판매액과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이 감소한 것에서 기인했다. 여신금융협회는 “내수회복, 여행 및 여가활동 활성화 등으로 소비심리는 양호한 상태”라면서도 “지난해 카드승인실적 증가의 기저효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율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소비지표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위축됐다. 지난 9월 소매판매지수는 전월보다 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폭 상승세를 그렸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9%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7월 -1.4%, 8월 -4.7%에 이어 석달 연속 감소세다. 특히 의복과 신발, 가방 등 준내구재 소비가 -7.9%로 크게 줄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음식료품과 화장품 등 비내구재에서 판매가 전월 대비 늘었다”면서도 “재화 부문 소비는 지난해에 비해서 낮은 수준이다. 주춤한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뚝 떨어진 소비자심리…얼어붙은 ‘가계소비’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경제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98.1로 전월 99.7에서 1.6포인트 내렸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밑도는 것은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그만큼 나쁘다는 뜻이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향후경기전망지수(70), 현재경기판단지수(64), 생활형편전망지수(90), 현재생활형편지수(88), 가계수입전망지수(98) 모두 100을 밑돌았다.

소비지출전망지수의 경우 113으로 100을 웃돌고 전월과 비교해 1포인트 상승했는데, 고물가 현상으로 소비자들이 지출해야 할 돈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 결과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외식비나 여행비처럼 소비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때 플러스가 되는 항목은 감소했다”며 “물가가 높으면 지출이 많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분들이 있어서 소비심리 전망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비심리는 이른 시일 내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3.5%로 올린 이후 6차례 연속 동결했다. 오는 30일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도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지만, 이창용 한은총재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은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물가 역시 지난달 3.8%로 3개월째 3%대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관리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이상기온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탓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중동지역 전체로 번지면 유가가 단기간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내년 6월까지는 고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가장 어려운 시기로 보인다”며 “고금리·고물가가 오래 이어진 만큼 이후에도 소비 여력은 곧바로 살아나지 않고 시차를 두고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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