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문제 논의를 위해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키프로스에서 이라크로 향하는 군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확전 방지에 주력하고 있는 미국의 ‘중동 외교’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아랍권 국가들의 즉각적인 휴전 요구 속에 전통적인 우방관계인 이스라엘은 미국의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 제안을 거듭 거부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 이어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중동으로 급파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담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진 못한 블링컨 장관은 5일(현지시간) 서안지구와 이라크를 깜짝 방문했다.

블링컨 장관은 예고없이 서안지구를 찾아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회담을 갖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미국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국민 모두의 존엄성과 안보를 동등하게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과 전후 가자지구에서 PA가 역할을 해야한다는 입장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스 수반은 이에 가자지구가 팔레스타인이 원하는 국가의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답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즉각적인 정전의 필요성과 가자지구 구호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PA 측은 전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이라크 바그다드로 이동해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1시간여간 회동했다. 그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알-수다니 총리는 미국 국민을 직접 겨냥한 위협과 공격에 대해 분명하게 규탄했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결의도 밝혔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서안지구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

이번 만남은 미국의 중동외교가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뤄졌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 방문 때 ‘인도적 목적의 교전 일시 중단’을 설득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거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회담 직후 성명에서 “우리 인질들의 귀환을 포함하지 않는 ‘일시적인 휴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날도 네타냐후 총리는 남부 라몬 공군기지를 방문해 “그들(하마스)을 물리칠 때까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계속할 것이며, 우리에게는 대안이 없다”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더불어 지난 4일 블링컨 장관은 요르단 암만에서 아랍권 외무장관 등과 만나 이·하마스 전쟁 문제를 논의했으나 아랍국가들과 정식 휴전을 둘러싼 이견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당시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집단 처벌”이라고 비난했고,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지금 당장 전쟁을 멈춰야한다”고 촉구했다.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회담을 하고 있다. [EPA]

이런 가운데 번스 CIA 국장이 5일 중동 순방길에 나섰다. 첫 방문지인 이스라엘에 도착한 번스 국장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테러 공격 당시 정보 수집 실패로 비판받은 이스라엘 정보당국에 대한 정보 제공 강화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하마스에 인질로 잡힌 이스라엘인들의 위치와 관련한 정보와 하마스의 추가 공격 가능성 등에 대한 첩보 등을 공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지상전이 격화하는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에 대해서도 이스라엘 측과 의견을 교환할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엇을 하라는 지시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9·11 사태 이후 미국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번스 국장은 이스라엘 방문 후 요르단으로 이동해 국왕 압둘라 2세를 접견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 알아크사 사원의 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는 요르단은 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번스 국장은 과거 요르단 대사로서 압둘라 2세가 즉위하기 전부터 친밀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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