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안팎으로 고립무원의 상황에 직면했다. 인도주의적 위기가 커져가는 가자지구에서 교전 중단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안으로는 반정부 시위와 강경 극우 인사들과의 갈등에 따른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가자지구에 핵폭탄을 투하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국제적 파장을 일으킨 극우 성향의 내각 인사를 징계 조치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문제가 된 아미차이 엘리야후 예루살렘·유산 담당 장관을 모든 각료 회의에서 영구적으로 배제하겠다면서 “그의 발언 내용은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며, 이스라엘 정부와 군은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국제법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징계 조치로 사태 진압에 나섰지만 파장은 번지고 있다. 아랍권 국가 협의체인 아랍연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엘리야후 장관의 발언은 그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국민을 향한 그들의 혐오스럽고 인종차별적인 시각을 재인시켜줬다”고 맹비난했다.

핵폭탄 투하 발언을 한 엘리야후 장관은 극우 성향의 오츠마 예후디트 소속이다. 이 정당 대표인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동 핵심 전략인 ‘두 국가 해법(이·팔을 각각 독립국으로 인정)’에 가장 역행하는 인물이다. 지난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 그는 역사상 가장 강경한 극우 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네타냐후 정권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 각료는 “각료회의의 모든 결정은 모바일 투표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각료회의 참석 배제 조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네타냐후 총리의 조치를 폄하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키우는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전날 저녁 이스라엘 최대도시 텔아비브 시내와 네타냐후 총리 집 앞에서 수천명 규모의 시위대가 응집했다. 총리 집 앞에 모인 시위대 수백명은 “(네타냐후를) 당장 수감하라”는 등 구호를 외치면서 경찰과 대치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이스라엘 국민의 무려 76%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열린 것이다. 이스라엘 채널13 방송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4%는 전쟁이 끝나는 대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분쟁과 관련해 44%가 네타냐후 총리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고, 군 지휘부의 책임을 언급한 응답률은 33%에 그쳤다.

MSNBC는 앞서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한 사법부 무력화 시도로 정국의 분열과 혼란이 극심한 상황에서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경우 강제 퇴진의 수모를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팔 간 무력 분쟁에서 이스라엘군이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포함해 9500명의 사망자를 내는 피의 보복전을 이어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 속에 구호품에 의존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적 상황은 좀처럼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부터 시작됐던 외국인과 부상자 대피마저 중단됐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 없이는 휴전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강공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남부 라몬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인질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휴전은 없을 것”이라며 “이것(휴전)은 어휘집에서 완전히 삭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방과 적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들을 물리칠 때까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계속할 것이며 우리에게는 대안이 없다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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