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양측이 전후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이 주목받고 있다. 당장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세계 양대 권력 축인 미국과 중국이 이 방법을 주장하고 나섰고 러시아, 유럽연합(EU) 등도 지지하고 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이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고, 예루살렘을 동서로 분할해 유대교와 이슬람교 성지가 몰려 있는 구시가지는 공동 통치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1990년대 초 오슬로 협정 체결 이후 양측은 이를 기반으로 20년에 걸쳐 논의했지만 2014년 이후 10년 가까이 회담은 중단돼 왔다.

하지만 가자지구 내 민간인 학살 등 무고한 피해가 확대되면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다시 거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두 국가 해법이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유대인 정착촌이 깊숙이 뿌리내린 탓에 여차하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이스라엘에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중심의 극우 연정이 지속돼온 가운데 강경론자인 유대 근본주의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잠재울지도 녹록지 않은 과제다. 이번 전쟁이 종료되면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사전에 탐지하지 못한 허술한 안보 책임을 이유로 경질될 가능성이 크지만, 대(對)팔레스타인 강경론자들의 입지는 더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월 싱크탱크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이스라엘 유대인 비율은 32%로 5년 전인 2018년(47%)보다 15%포인트 줄었다. 팔레스타인 내부의 반(反)이스라엘 감정도 변수여서, 하마스가 이번 전쟁으로 괴멸한다고 해도 그보다 더 강경한 ‘하마스 2.0’의 출현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이번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대응 권리를 재차 확인하면서도 두 국가 해법을 제시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전쟁이 발생한 상황에서, 그 이전의 현상 유지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다음 단계의 비전이 바로 두 국가 해법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동등하게 안전하게 존엄과 평화 속에서 나란히 살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근 안보리 순회 의장국이 된 중국은 팔레스타인 편들기로 아랍권 국가들의 지지를 확대하며 두 국가 방안을 설파하고 있다.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일 사이드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두 국가 해법 실현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튿날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안보리 순회 의장국으로서) 책임 있고 의미 있는 조치로 팔레스타인 문제가 두 국가 해의 궤도로 되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3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 지역의 당사자들이 휴전하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임이 분명하지만, 휴전을 달성하는 즉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위한 (두 국가 해법)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두 국가 해법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정이 최종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정상회담이 조직돼야 한다”고 제안했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달 초 이탈리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두 국가 해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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