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자 북부·남부 '분할'…가자시티 시가전 예고
이스라엘군이 5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셰이크하마드병원 부지 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땅굴 입구(둥근 원)로 추정되는 곳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주요 병원에 작전 기지를 두고 테러를 목적으로 연료를 비축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인질 석방 없이는 교전 중단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아랍 국가들과의 대립 구도가 심화하고 있다. 미국은 사태 진화를 위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전쟁 발발 후 세 번째로 중동에 파견했지만 각국과의 입장 차만 확인하며 난관에 빠졌다. 이러한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완전 포위해 48시간 내 시가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남부 라몬공군기지를 방문해 “인질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휴전은 없다”며 “이것(휴전)은 어휘집에서 완전히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적을 물리칠 때까지 (해오던 일을) 계속할 것이며 대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가 3일 블링컨 장관의 일시적인 교전 중단 제안을 거절한 데 이어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우리 군이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했다”며 “오늘로 ‘북(北)가자’와 ‘남(南)가자’가 생겨났다”고 밝혔다. 하마스 세력이 있는 북부와 피란민이 모인 남부를 완전히 분리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가리 소장은 “가자 북부의 민간인이 남부로 이동할 수 있도록 아직 인도적 통로를 열어놓았다”며 “가자지구 북부와 가자시티를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시티에는 ‘4시간 동안 공격을 유예할 테니 그 사이 남부로 피란하라’는 유인물이 배포됐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이스라엘군이 향후 48시간 안에 가자시티 내 시가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날 밤새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도 계속됐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새벽 여러 차례의 폭격으로 알마가지와 부레이지 난민촌에서 각각 47명, 2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또 네트워크 인프라가 손상돼 가자지구 전역의 전화·인터넷 등 통신이 완전히 끊기는 사태가 재발했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는 “인도주의적 현황과 분쟁 상황 등 세부적인 정보를 공유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긴급한 구호·의료 활동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개전 이후 이날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970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미성년자와 어린이다.

미국이 안팎에서 사태 진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아랍권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CBS에 “(인질) 협상은 막후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한 달 새 세 번째 중동 순방에 나섰지만 아랍 국가들과의 ‘휴전’에 대한 이견만 드러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예고 없이 서안지구를 방문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난 후 이라크·튀르키예를 차례로 방문했다. 튀르키예에서는 블링컨 장관이 도착하기 직전 동남부 미군 주둔 공군기지에서 시위를 벌이던 수백 명이 진압되기도 했다. 아랍 국가들은 입을 모아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일반적 의미의 휴전은 하마스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의 반격을 축소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실패했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는 역내 외교 관계에서 세계 경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동맹의 군사작전에 대해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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