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범 김길수 행방 묘연] ''20분 신고 지연'이 눈덩이처럼 사태 키웠다'
5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번화가에 경찰이 배치돼 있는 모습. 채민석 기자

“탈출 직후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면 김길수는 초기에 체포됐겠지만, 지연된 20분이 눈덩이처럼 사태를 키운 셈이다”

병원 화장실에서 탈출한 특수강도 피의자 김길수의 행방이 사흘째 묘연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교정당국의 신고 지연을 도주 장기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일상화된 ‘마스크 문화’ 역시 이전과 달리 도주범을 파악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어 자칫 검거가 장기화될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범죄자의 ‘화장실 도주’ 사건이 반복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경찰 전문가들은 교정당국이 김길수 탈출 직후 직접 체포를 시도했던 20여 분이 도주 사태의 ‘스노우볼’이 됐다고 지적했다. 범인의 도피자금 확보 여부는 체포 난도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 중 하나인데, 신고가 늦어진 틈을 타 김길수가 도피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과 교정당국은 김길수를 지명수배하고, 이날 현상금을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인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김길수와 같이 치밀히 도주를 계획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죄자들은 우발적 도주범에 비해 체포가 어렵다”며 “게다가 김길수는 확보한 현금으로 변장을 한 뒤 코로나19로 마스크가 익숙해진 대중 속으로 섞여 들어갔기 때문에 추적이 더욱 까다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길수 검거가 자칫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도주범은 ‘정주형’과 ‘이동형’으로 나뉘는데, 김길수가 조력자를 구해 한 곳에 정주하게 된다면 도주가 장기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길수가 수도권과 서울 각지를 활보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김길수가 탈출한 병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50)씨는 “대낮에 수도권 병원에서 특수강도 피의자가 탈출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주민 정모(31)씨는 “뚝섬유원지에 자주 산책을 나가는데, 최근에는 혹시라도 마주칠까 두려워 체포 소식이 들릴 때까지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탈주범 김길수 행방 묘연] ''20분 신고 지연'이 눈덩이처럼 사태 키웠다'
김길수 수배 전단. 사진제공=교정본부

‘피의자 화장실 도주’ 사건이 반복되자 교정본부나 경찰의 감시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월 20일 경북 칠곡군에서는 경찰이 신원 확인을 받던 수배자를 화장실에서 놓친 사건이 있었다. 2019년 7월에는 국내 입국이 불허돼 인천공항에서 대기하던 외국인들이 화장실 환풍구를 뜯고 도주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2017년 의정부지검과 지난해 9월 완주경찰서 등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김길수가 숟가락을 삼켜 입원했기 때문에 교정당국이 도주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지만,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라며 “‘명시된 과업'(매뉴얼)은 물론 밀착 감시를 하거나, 일부 신체를 구속하는 등 상황에 따른 ‘세부적 과업’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김길수는 지난달 30일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체포된 뒤, 지난 4일 안양시의 한 병원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던 중 탈출했다. 그는 의정부, 양주, 창동, 당고개, 노원, 뚝섬유원지, 고속터미널 등에서 발견됐다. 김길수는 2011년 4월 특수강도강간죄 등으로 징역 6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길수의 체격은 키 175㎝, 몸무게 83㎏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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