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영어로 응대한 것과 관련해 ‘인종차별적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뉴스1

6일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를 이어 한국에 살고 있는, 그것도 한국 사회를 위해 선교·의료·정치적 기여를 한 집안의, 60대 명문대 의대 교수인 백인 남자도 결국엔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정치인이 그 정도 인식 수준과 행동을 보인 점에서, 또 그 행동이 잠재적인 이민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에 대해서 심히 우려된다”고 적었다.

나 교수는 전날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전 대표의 행동이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한국계 미국인 2세에게 한국계라는 이유로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한국어로 이야기를, 그것도 비아냥대면서 했다면 그 사람은 인종차별로 퇴출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예정 차별 금지법 제정 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이날 한겨레에 “인 위원장이 청하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전 대표)이 먼저 영어로 얘기하는 것은 ‘(당신이 한국인이라고 하지만) 그냥 백인이야’라고 말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언주 전 의원과 함께 지난 4일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 토크콘서트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를 시작하면서 진행자의 제안으로 객석 맨 앞에 앉은 인요한 위원장에게 인사했다. 그는 인 위원장을 ‘미스터 린튼’으로 부르며 영어로 응대했다. 인 위원장의 영어 이름은 존 올더먼 린튼이지만, 전남 순천 출신으로 ‘특별 귀화 1호자’다. 한국인이다.

경성대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이제 당신은 우리의 일원이 됐고, 우리의 민주주의에 더욱더 관심을 기울인다고 본다. 당신이 젊은 날 지키고자 노력했던 그 민주주의 말이다”라며 영어로 발언을 이어갔다. 또, “언젠가 반드시 당신과 내가 공통된 의견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러나 당신은 오늘 이 자리에 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라고도 했다.

인요한 위원장은 현장에서 이준석에게 “영어를 나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다”며 큰소리로 웃었다. 하지만 다음날 방송 인터뷰에서 “할머니가 1899년 목포 태생이고, 아버지는 1926년 군산에서 태어났고, 나도 전라도에서 태어났다”며 “조금 섭섭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유연정 기자 / yj2gaze@hani.co.kr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