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평균 실종’ 현상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아주 저렴한 상품이 아니면 고가 상품으로 몰리는 소비시장의 평균 실종 현상처럼 술 소비에서도 무알코올 아니면 40도 정도의 고급 위스키로 양극화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가치관·취향이 뚜렷한 젊은 세대가 새로운 소비권력으로 떠오르며, 시장의 전형성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음료는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월 1회 이상 무알코올 음료 음용 경험이 있는 서울·수도권 거주 20~49세 성인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는 모습. [사진=하이트진로음료]

이번 조사에서 1개월 내 직접 구매한 주종을 묻는 항목(복수응답)에 응답자의 21.3%가 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라고 답했다. 한국식 술 문화를 대변하는 맥주(73.2%)·소주(49.6%)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고객 선호도가 뚜렷한 막걸리·동동주·탁주(29.5%), 와인(23.0%)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탄산주·칵테일주(16%), 양주·위스키(15.6%), 저도주(9.5%), 과일소주(8.8%), 일본청주·사케(5.8%)보다는 구매 비율이 높다.

무알코올 음료 음용 빈도는 전체 응답자의 34.7%가 일주일에 1~2일, 12.3%가 일주일에 3일 이상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47%)가량은 일주일에 1회 이상 무알코올 음료를 마시는 셈이다. 재구매율이 높은 ‘충성고객’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무알코올 음료 음용자의 65.7%는 1년 전과 비교해 무알코올 음료 음용량이 늘었다고 답했다.

20~40대 사이 무알코올 선호도가 늘면서 시장 규모도 급증하는 추세다.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현재 300억원대로 추산된다. 아직 전체 맥주시장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지난 2014년(81억원 규모)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커졌다. 국내 주류 기업에 이어 수입 맥주 브랜드도 시장에 뛰어들면서 업계에서는 향후 몇 년 안에 시장이 2000억원대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스키로 하이볼을 만든 모습. [사진=아이뉴스24 DB]

무알코올과는 너무 다른, 평균 알코올 도수 40도를 훌쩍 넘기는 위스키 역시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위스키 수입량은 2만4968톤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수입량이 2만7038톤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작년 수준을 넘어설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 2002년 기록한 연간 최대 수입량 2만7370톤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위스키의 인기는 2000년대 초반 고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코로나19 이후 홈술(집에서 먹는 술)·혼술(혼자 먹는 술) 문화가 자리 잡으며 다시 급증하는 분위기다. 특히 과거와 달리 ‘힙(Hip·유행에 밝은)’한 술이란 인식이 생기며 젊은 세대 사이 인기가 상당하다. 위스키에 탄산수나 토닉워터 등을 섞어 마시는 ‘하이볼’의 유행도 위스키 열풍에 한몫했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올해 소비 시장 전반적으로 보인 ‘평균 실종’ 현상이 주류 시장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펑균 실종이란 무난하고 평범한 상품을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현상을 말한다. 소비 패턴은 평균인 중앙이 제일 많고 멀어질수록 빈도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나, 사회 양극화와 취향이 다변화되는 N극화가 심화하면서 시장의 전형성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매년 우리나라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평균 실종을 올해 첫 키워드로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극화 현상이 주류업계에도 확산됐다. 이제 기업들은 소주·맥주 같은 기존의 평범한 주류가 아닌, 저도주와 고도주 등 새로운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안한다. 소비자도 이러한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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