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박경수 ⓒ 연합뉴스
▲ kt 박경수 ⓒ 연합뉴스

▲ LG 오지환 ⓒ 연합뉴스
▲ LG 오지환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고맙습니다.”

kt 박경수(39)의 목소리는 차가워진 잠실구장 복도의 공기마저 따뜻하게 느껴지게 했다. 프로 입단 후 12년 동안 뛰었던 친정 팀과 한국시리즈라는 것만으로도 각별하게 느껴졌을텐데, LG 트윈스를 대표해 행사에 참석한 후배 오지환(33)과 임찬규(30)이 자신과의 추억을 떠올리자 더욱 마음이 울렸던 것 같다. 

박경수는 이강철 감독, 박영현과 함께 kt 위즈 선수단 대표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참가했다. LG에서는 염경엽 감독과 오지환 임찬규가 나와 하루 앞으로 다가온 2023년 프로야구 마지막 결전에 나서는 소감을 밝히며 분위기를 달궜다. 

▲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LG 선수단-kt 선수단(왼쪽부터). ⓒ연합뉴스
▲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LG 선수단-kt 선수단(왼쪽부터). ⓒ연합뉴스

경쟁 뒤에는 사람이 있다. 이적한 지 9년째지만 여전히 박경수와 LG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포스트시즌과 슬픈 인연이 있어 더욱 그렇다. 

박경수는 2003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2005년부터는 류지현 전 감독이 현역 시절 달았던 등번호 6번을 이어받았다. 1차 지명과 등번호 6번, 모두 LG가 박경수를 얼마나 기대하고 기다렸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박경수는 LG에서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암흑기’가 끝난 2013년에는 병역 의무를 수행하느라, 역대급 역전 레이스를 펼친 2014년에는 포스트시즌 직전 부상이 찾아와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가을 야구에서 멀어졌다. 

LG는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로 점차 가을이 익숙한 팀이 됐다. 지난 3년간 정규시즌 순위는 3위, 2위, 1위로 하나씩 올라왔다. 올해는 1994년 이후 29년 만의 정규시즌 1위를 달성하고 이제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바라본다. 

▲ kt 박경수 ⓒ 곽혜미 기자
▲ kt 박경수 ⓒ 곽혜미 기자

그 사이 박경수는 kt로 이적해 스스로 성공시대를 열었다. LG에서는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도 기록한 적 없는 박경수가 kt에서는 2년 연속 20홈런을, 5년 연속 10홈런을 달성했다. 2021년에는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LG에서 못 이룬 꿈을 kt에서 완성하고 불혹을 바라보는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다. 

그런 박경수를 LG 선수들은 진심으로 응원했다. 오지환은 2021년 한국시리즈가 kt의 우승으로 막을 내리자 박경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선배 박경수가 이제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됐다. 

▲ 박경수 ⓒ곽혜미 기자
▲ 박경수 ⓒ곽혜미 기자

6일 미디어데이에서 오지환과 임찬규는 ‘첫 한국시리즈에 나서면서 가장 떠오른 선배가 누구인지’라는 질문을 받았다. 두 선수는 당연하다는 듯 박경수를 호명했다. 

오지환은 “너무 많은 선배들이 생각난다. 그 짐(우승)을 내게 던져줘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난다”며 웃고는 “그 중에 박경수 형이랑 (한국시리즈를)같이 하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임찬규도 “(박)용택이형 (이)병규 선배 다 생각난다. 그래도 경수 형이 가장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같이 할 수 있게 돼 좋다”고 얘기했다. 

박경수의 화답이 이어졌다. 그는 “너무 고맙고…유니폼 색깔은 다르지만 최고의 무대에서 같이 뛸 수 있어서 너무 기분 좋다. 먼저 2년 전에 우승반지를 얻었는데 같이 고생했던 선배들한테 축하를 많이 받았다. 많이 배웠다고 인사드렸었다. 최고의 무대에서 같이 잘 즐겼으면 좋겠다”며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 LG 오지환 임찬규 염경엽 감독, kt 이강철 감독 박영현 박경수 ⓒ 연합뉴스
▲ LG 오지환 임찬규 염경엽 감독, kt 이강철 감독 박영현 박경수 ⓒ 연합뉴스

한편 미디어데이 참가 선수들은 각자 한국시리즈에 나서는 출사표를 던졌다. 먼저 오지환이 “(정규시즌 1위로)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준비 철저히 했고, 선수들도 자신있다고 했다. 한국시리즈 꼭 우승해서 29년 만의 우승을 팬들께 안겨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어린이 LG 팬으로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지켜보며 오열했던 임찬규는 “2002년 한국시리즈를 잊지 못한다. 세세한 내용까지 기억한다. 6차전 앞두고 학교 안 간다고 한 것도 생각난다. 나는 ‘성공한 덕후’다”라고 말했다. 

박경수는 “올해 초반에 성적이 저조했지만 우리 팀의 색깔인 원 팀으로 뭉쳐서 정규시즌을 잘 마쳤다. 쉽지 않았지만 리버스 스윕으로 플레이오프를 이겨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왔다. 이 자리를 빌어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후배 선수들께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시리즈에 두 번째로 참가하게 됐는데 우승했을 때 그 느낌,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느낌이 있다. 어렵게 올라온 만큼 이번에도 팬들과 (우승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영현은 “초반에 많이 안 좋았는데 kt답게 잘 해낸 것 같아서 뿌듯하다. 이번 한국시리즈에 처음 올라왔는데 2021년 통합 우승할 때는 내가 없었지만 그 짜릿한 느낌을 알고 있다. 그 느낌을 다시 느껴보려고 이렇게 치고 올라왔다. 준비는 잘했다.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긴장되기는 한데, 좋다”고 얘기했다. 

▲ LG 염경엽 감독(왼쪽)과 kt 이강철 감독 ⓒ 연합뉴스
▲ LG 염경엽 감독(왼쪽)과 kt 이강철 감독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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