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첫날부터 국내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투심이 들썩이고 있다. 길이 원천 차단된 공매도에 주로 나섰던 큰손 외국인들이 ‘숏 커버링(공매도 후 포지션 청산을 위한 주식 매입)’에 나섰고,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에 따른 ‘하방 리스크’가 사라진 환경을 잘 활용하려는 ‘단타(단기 투자)’가 증시를 달구면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단기 수급보단 종목별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집중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조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단기적으론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이런 현상이 코스피·코스닥 지수를 전체적으로 밀어 올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하루에만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190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75%의 비율을 차지하는 외국인이 공매도 물량에 걸어 놨던 종목을 급하게 사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공매도 전면 금지 방안이 발표된 지난 5일부터 전날 장 시작 전까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최근 공매도가 집중됐던 2차전지주(株) 등 이른바 ‘숏 커버링 수혜주 후보군’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전날 증시에서 이들 종목의 주가 급등세는 두드러졌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때로는 펀더멘털로 설명이 되지 않은 단순 수급에 의한 자율반등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하락장세로 전환된 9월 중순부터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직전 11월 3일까지 ▷수익률 낙폭과대 ▷현재 차입공매도잔고 금액 ▷차입공매도잔고 비율 등 3가지 요인을 고려한 숏 커버 테마 수혜 예상 우선 순위를 둔 투자전략이 단기적으로 유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IT가전, 철강, 화학 등 2차전지 밸류체인 종목들이 다수 포진한 업종들을 최우선주로, 그 뒤를 기계, 호텔·레저, 디스플레이로 꼽았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과거 주가가 고점일 때 매수한 후 보유 중인 2차전지 관련주 등 공매도 과도 종목들의 경우 향후 2~3일간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노리는 것이 효과적인 투자 전략이 될 순 있겠다”면서도 “종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하지 않았거나, 과도한 낙관적 전망 만으로 수급에 따른 주가 급등세에 올라타려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고 조언했다.

공매도 금지 첫날 주가 급등폭이 이미 상당했다는 점도 리스크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정확한 등락 시점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또 다른 의미의 ‘고점’에 주식을 매수한 뒤 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수의 증시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극대화된 상황인 만큼 종목별 ‘펀더멘털’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매도 전면 금지에 따른 주가 급등 현상은 공매도가 갖고 있던 주가 급변 방지, 적정 가격 발견 기능 등 순기능이 사라졌다는 것을 상징하는 한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판단되는 시점에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투심을 업황 반등 전망에 힘이 실리는 섹터와 종목이 사로잡아 우상향하는 주가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 턴어라운드가 구체적으로 현실화 중인 반도체 섹터를 비롯해 안정적인 영업익이 창출되고 있는 자동차, IT, 전자, 기계 섹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세 차례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블랙스완(극단적으로 예외적인 충격에 글로벌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의미)’급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면, 이번엔 뚜렷한 계기가 없었다는 평가가 금융투자 전문가들 사이에 지배적이다. 그만큼 국내 증시에서 큰손 투자자로 꼽혔던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선 국내 증시 주요 종목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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