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가격 오랜 침체 딛고 반등…4Q부터 우상향 그래프 기대

PC·모바일 교체 수요 및 AI용 서버 투자 본격화 전망…대외 리스크는 변수

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이 11월 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비전과 인재 육성’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자료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이 11월 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비전과 인재 육성’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자료사진)ⓒSK하이닉스

오랜 기간 침체를 겪은 메모리 시장이 하락을 멈추고 본격적인 상승 국면을 맞이할지 관심이다.

가격 상승을 뒷받침할 수요가 스마트폰과 PC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4분기 이후부터는 뚜렷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7일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가 오랜 침체를 딛고 2년 3개월 만에 반등하면서 이달 말 발표되는 11월 수치에 주목하고 있다. 10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은 메모리 회복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0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50달러로 전월과 견줘 15.4% 상승했다. D램 가격이 상승 전환한 것은 2021년 7월 이후 27개월 만이다. 고부가 D램인 DDR5(16Gb)도 11.8% 오른 3.8달러로 상승추세다.

메모리카드·USB향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 역시 전월 보다 1.6% 오른 3.88달러를 나타냈다. 낸드 역시 2021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그간 약세를 면치 못했던 D램과 낸드 가격이 10월부터 하락을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선 데에는 적극적인 웨이퍼 감산, 시장 수요 회복, 제조사 가격 정책 등이 두루 작용했다.

웨이퍼 투입부터 메모리 칩 생산까지 통상 3개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산 효과까지는 3~6개월이 소요되는 데, 삼성·SK·마이크론 모두 감산 행렬에 동참하면서 올해 유의미한 공급 축소가 이어졌다.

DS투자증권은 “웨이퍼 투입 기준 마이크론은 2022년 말 대비 25% 수준, SK하이닉스는 30% 수준의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며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15~20% 수준의 감산을 시작으로 9월부터 D램, 낸드 각각 30%, 40%까지 감산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공급이 줄어든 반면 스마트폰, PC 시장에서 재고 축적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요는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다. 키움증권은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 회복, 중국 내 화웨이와 애플 등의 판매 경쟁 심화, 재고 부족 등이 겹치며 완벽한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선 모습”이라며 “내년 1분기에도 모바일 D램 가격은 추가 상승할 전망”이라고 했다.

이 같은 시장 환경 변화로 인해 4분기 메모리 가격은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모바일 D램 4분기 계약 가격이 13~18%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낸드(eMMC, UFS) 역시 가격이 10~1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가 DDR5 제품 가격 인상에 매우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올 4분기 계약 인상률을 15~30%로 끌어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론도 4분기 가격 인상률이 15~20% 수준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했다.


반등 추세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과 SK 반도체 실적 회복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키움증권은 SK하이닉스가 3분기 D램 영업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4분기에는 전사 영업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컨센서스(추정치)는 매출 10조4000억원, 영업이익 852억원이다. 출하량 증가, 가격 상승에 힘입어 시장 컨센서스 평균(영업적자 3349억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최초 공개된 HBM3E(High Bandwidth Memory) D램 ‘샤인볼트(Shinebolt)’ⓒ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최초 공개된 HBM3E(High Bandwidth Memory) D램 ‘샤인볼트(Shinebolt)’ⓒ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내년 상반기에도 재고 정상화, 교체 수요 확대 움직임이 가팔라지면서 반도체 업황이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DS투자증권은 2024년 PC 출하량이 윈도우 11 전환, AI 지원 PC 교체 수요 등으로 6% 증가한 2억6000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서버 역시 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출하량이 6% 늘어난 1463만대로 전망했다.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들의 AI 서버 투자로 삼성과 SK의 HBM(고대역폭메모리) 판매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HBM3·HBM3e 내년 생산분이 모두 팔렸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도 HBM 공급 역량을 올해 보다 2.5배 이상 확보하겠다고 했다. 해당 물량은 주요 고객사와 협의를 완료한 상태다.

여기에 중국 스마트폰 수요 등에 힘입어 교체 수요가 살아나면 낸드 회복세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2024년 상반기부터 낮은 기저에 따른 무난한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 보다 6% 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등 대외 리스크가 심화되는 상황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보수적 전망을 견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유가·고금리·고환율 기조에 영향을 줘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하거나,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 등 주요 고객사들의 투자 연기가 줄줄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은 “D램 시장 외부 요인들은 과거 전망 보다 우호적이지 않다”면서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높은 금리 수준이 초기 예상 보다 장기화될 가능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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