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세 둔화가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부터는 높은 전기차 판매 성장률을 바탕으로 재무구조가 다소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3분기 실적은 반토막 났다. 예상보다 큰 폭으로 악화한 재무구조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투자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북미·유럽과 비교해 미진한 세제혜택 및 보조금 제도가 배터리 소재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6일 한국기계산업진흥회의 ‘소재부품장비 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배터리 소재를 포함한 축전지부품 산업의 수출액은 7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했다.

하이투자증권이 조사한 9월 배터리 수출 동향에서도 리튬배터리의 수출이 25.5%가 줄었다.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는 8%, 동박과 분리막은 각각 18.9%, 7.8% 감소했다.

이 기간 국내 대표적인 배터리 소재 기업인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의 수출도 각각 14.1%, 13.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배터리 소재 수출 부진은 기업의 실적 악화로도 이어졌다. 포스코퓨처엠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4.6% 감소했으며, 에코프로비엠은 67.6% 줄었다.

업계는 주요국들이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 저가 상품이 대량으로 보급되지 않는 이상 단기적인 시황 개선은 어렵다고 보고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한 배터리 원자재 가격도 배터리 소재 기업에 타격이 됐다. 현재 시세와 비교해 비싼 값을 치르고 원자재 수입 계약을 했으나 판매량이 이를 받쳐주지 않으면서 재고 평가가 악화됐다.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니켈·코발트·망간의 이달 평균 가격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66%, 35.96%, 14.13% 줄었다.

중국의 저가 공세도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 중 하나다. 특히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유럽 시장에서의 공세가 매섭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유럽연합(EU)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4.9%에서 지난해 34.0%로 상승한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2020년 68.2%에서 지난해 63.5%로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투자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부터는 재무구조 및 현금유동성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봤으나 실적악화로 인해 신용도가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 3분기 포스코퓨처엠의 총차입금 규모는 2조8787억원으로 지난해(1조3913억원)와 비교해 106.9% 급증했다. 부채비율도 133%로 지난해 말 74.96%와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126.7%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던 에코프로비엠도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이 155.6%로 늘었다.

업계는 북미와 EU가 전기차 보조금 대신 배터리 산업에 직접 세제혜택이나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선 만큼 국내에도 한국판 IRA 시행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설비와 연구개발(R&D)만 지원하는 한국식 정책을 생산보조금 및 세제혜택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퓨처엠의 광양 양극재 공장 사진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의 광양 양극재 공장 [사진=포스코퓨처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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