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수갑 풀어주고 홀로 화장실 사용 추정…1시간 신고 지연

상가·지하주차장 등서 노숙…PC방서 언론보도 보며 수사 살펴

(안양=연합뉴스) 권준우 김솔 기자 =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다가 병원 치료 중 달아났던 김길수(36)는 병실 안에 있는 화장실을 쓰다 버젓이 화장실 문과 병실 문을 통과한 뒤 그대로 도피행각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도주 사흘만에 검거된 김길수
도주 사흘만에 검거된 김길수

(안양=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병원 치료 중 달아난 김길수가 6일 오후 검거돼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3.11.7 xanadu@yna.co.kr

정황상 양손 모두 수갑이 풀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데도 입구에서 김씨를 막지 못한 데다 도주 후에도 1시간가량 신고를 미룬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교정당국의 관리 책임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 병원 7층서 계단 이용해 내려와 택시 타고 도주

7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4일 오전 6시 20분께 안양시 동안구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서 진료받던 중 자신을 감시하던 서울구치소 관계자들에게 “화장실을 사용하겠다”고 요청하고 병실 내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때 교정 관계자들은 김씨의 양손 수갑을 모두 풀어준 채 홀로 화장실을 사용하게끔 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을 살피던 김씨는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와 병실 입구까지 차례로 통과한 뒤 병실이 있던 7층에서 계단을 이용해 지하층까지 달아났다.

이후 김씨는 환자복을 벗고 지하 세탁실에서 있던 병원 직원복으로 갈아입었다. 이어 병원에서 탈출해 오전 6시 53분께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병원 내부를 이동할 당시 수갑은 이미 없는 상태였다.

김씨가 달아났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교정 관계자들은 건물 안팎을 훑는 등 자체적으로 김씨를 찾다가 오전 7시 20분께 112에 신고했다.

사건 발생 1시간여 만이었다.

그 시각 김씨는 이미 의정부로 가는 택시에 타고 있었다. 김씨는 오전 7시 47분께 의정부시 의정부역 인근에 도착해 택시 기사 휴대전화로 미리 연락한 여성 지인 A씨에게 택시비 7만원을 포함한 현금 10만원을 건네받았다.

곧이어 양주시로 간 김씨는 친동생 B씨를 만나 현금 80만원을 건네받았다.

이후 김씨는 미용실에 들러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식사를 하는 등 경기 북부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서울로 진입, 노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뚝섬유원지역 부근을 지나 고속터미널역 부근까지 이동했다.

경찰이 추적 수사를 통해 김씨의 동선을 확인한 건 여기까지다.

◇ 공중전화 걸었다 위치포착돼…40m 달아나다 붙잡혀

이후의 동선은 체포 후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이며, 정식 수사를 통해 확인되지는 않았다.

김씨의 진술을 종합하면, 여러 차례 환복을 거친 김씨는 오후 9시 50분께 도보로 고속터미널 부근에서 사평역까지 이동, 이후 택시를 타고 노량진으로 이동했다.

노량진에서 김씨는 비를 피해 상가건물 지하에 웅크린 채 3∼4시간가량을 노숙했다.

그러다가 5일 오전 2시께 택시를 타고 양주 B씨 집 부근으로 다시 이동했다. B씨와의 접촉 없이 지하주차장 등에 머무르던 김씨는 6일 오후 8시께 버스를 타고 의정부로 이동했다.

이후 김씨는 의정부의 한 피시방에 가서 수십분간 머물렀다. 당시 김씨는 자신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찾아보며 경찰 수사 속도를 살폈다고 진술했다.

그러던 김씨는 오후 9시 10분께 의정부시 가능동에서 공중전화로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때마침 조사 차 A씨와 함께 있던 경찰은 번호를 추적해 위치를 확인하고 10여분 만인 오후 9시 24분 공중전화 부근 도로에서 김씨를 체포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관 3명을 본 김씨는 그대로 달아났으나, 곧바로 추격한 경찰에게 40여m 만에 붙잡혔다.

그렇게 63시간에 걸친 김씨의 도주극이 마무리됐다.

검거 당시 김씨의 수중에는 B씨로부터 받은 돈 중 일부인 43만원이 남아있었다.

김씨가 시민 등을 대상으로 다른 범죄를 저지른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도주 사흘만에 검거된 김길수
도주 사흘만에 검거된 김길수

(안양=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병원 치료 중 달아난 김길수가 6일 오후 검거돼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3.11.7 xanadu@yna.co.kr

경찰은 도주 동선 등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뒤 이날 오전 4시께 규정에 따라 김씨를 서울구치소 측에 인계했다.

경찰은 구속 상태인 김씨를 접견해 추가 조사를 이어간 뒤 도주 혐의로 별도로 송치할 계획이다.

◇ “죽으려고 숟가락 삼키고 우발적 도주”…계획범행 부인

김씨는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우발적으로 도주했다”며 계획범행 정황에 대해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초 유치장에서 숟가락 조각을 삼킨 이유도 “감옥에 가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 같아서 그랬다”고 둘러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뒤 탈출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체포되기 전 자신이 소유한 다세대주택에 전세 계약을 맺었고, 오는 10일 잔금 1억5천만원을 받기로 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자금을 챙겨 도피 혹은 변호사비로 쓸 계획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어 조사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체포된 김씨는 유치장에서 식사하다가 플라스틱 숟가락 손잡이 부분 5㎝가량을 삼켰다.

이로 인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병원에 간 김씨는 내시경 검사에도 해당 플라스틱 이물질을 빼내는 것을 거부했고, 이후 구속 송치됐다.

지난 2일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김씨는 재차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치료 3일 차에 감시의 눈을 따돌리고 달아나 사흘간 도주극을 벌여왔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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