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에서부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수출경제를 견인할 정도로 방대한 사업 영역에 진출해 있지만 투자자들이 알 수 있는 사업 관련 정보는 충분하지 못해 늘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는 기업. 주식투자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주식계좌에 담아 봤을 삼성전자 얘기다.

삼성전자는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 기업이자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주린이(주식+어린이)’부터 미래 산업과 가능성을 내다보고 가치투자를 하는 주식 고수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한번쯤 주식 계좌에 담아봤을 국민 주식이다. 1주당 가격이 250만원을 훌쩍 넘어 ‘황제주’로 불리다가 2018년 액면분할으로 주당 5만원대 가격을 형성하면서 단숨에 ‘국민주’로 변신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566만여명. 컨벤션센터 정도는 빌려야 전국에서 몰려드는 주주들을 모아 놓고 주주총회를 열 수 있다.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60~70%를 담당해온 반도체 시장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삼성전자가 한국의 대표적인 가전 기업이긴 하지만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반도체 역할이 워낙 중요하고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한국의 반도체 대장주 타이틀도 달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좋아 삼성전자가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주가도 상승하던 호시절엔 문과생들도 반도체를 공부할 정도였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최근 3년간 반도체 카테고리로 게재된 증권사 보고서는 7000개를 넘는다. 그 어떤 산업군보다 많은 숫자다.

반도체에 열정적인 대한민국에서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얼마나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3개월 동안 얼마나 반도체 사업을 잘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반도체 사업을 통해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지 등을 예측할 수 있는 자료를 분기 실적 발표 때 공개한다. 하지만 그 내용은 매우 제한적이다.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IDM) 회사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선 압도적인 세계 1위 기업이다. 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선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 경쟁하는 세계 2위 업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실적 발표 자료에는 반도체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메모리반도체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만 나온다. 재고 수준을 비롯해 생산 및 출하량, 주요 제품의 가격 등 시장과 사업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숫자 데이터도 없다.

파운드리를 비롯한 비메모리 영역 쪽은 공정별 매출 현황이나 HPC, 스마트폰, 자동차 등 플랫폼별 매출 비중도 밝히지 않는다. 업계 1위 TSMC와 다른 점이다. 사실상 기업이 얼마나 사업을 잘 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데이터들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론을 비롯한 많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실적 발표와 함께 다가오는 분기, 혹은 년도의 예상 매출액, 영업이익 등을 추산해 밝히지만 삼성전자에 이런 것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투자자들은 해외 시장조사업체들이 추산해서 발표하는 반도체 가격 및 출하량 현황·전망 등에 의지해 삼성전자가 앞으로 반도체 사업을 잘 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라지만 이러한 시장조사기관 대부분은 대만 혹은 미국 회사라 우리 기업의 사정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물론 반도체는 한국 경제와 수출을 견인하는 핵심산업이라 보안이 필요할 것이다. 기업이 어떤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실적을 내고 있는지 밝히는 것 조차 경쟁 기업에는 성장의 비밀을 알려주는 것일 수 있고, 위기 상황을 들키는 게 회사 경영에 위협일수도 있다. 하지만 경쟁은 기술력으로 해야지 비밀을 많이 만든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에 열정을 가진 투자자들이 더 투명하고 상세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 비밀의 문이 열리기를 바란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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