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철도 차량 정비단에서 정비를 기다리고 있는 KTX차량. 사진제공=코레일

최대 시속 320km로 한 달이면 지구 한바퀴(약 4만km)보다 더 많은 거리를 달리는 KTX 차량은 얼마나 안전할까?

고양시 행신역 인근에는 축구장 200개 크기의 세계 최대 규모 차량유지보수 기지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수도단)’이 KTX 차량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코레일의 수도단은 거의 매일 이뤄지는 일상 정비부터 15년 주기의 중정비까지 이뤄지는 곳이다.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은 경정비와 중정비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세계 유일 스마트 융합정비기지다. 프랑스 최대 중정비기지인 프랑스 국영철도(SNCF) 비샤임기지 보다 6배가 크다. 코레일은 규모만이 아니라 유지보수 기술력도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를 찾는 국제철도연맹(UIC) 등 철도전문가 그룹과 한국철도를 배우러 오는 많은 국가들의 필수 견학 코스이기도 하다.

차량에 이상이 생길 때에나 정비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차량 정비는 상당히 자주, 꼼꼼하게, 그것도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이뤄지고 있었다. 수도단은 이틀에 한번 수준인 주행거리 5000km부터 2만km, 5만km, 15만km 단위로 항목별 경정비와 15년 반수명 대수선을 하는 중정비를 한다.

수도단에 입고된 KTX 차량의 기능을 점검하기 위해 코레일 직원이 장비로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코레일

경정비동에 들어가면 정비 중인 KTX 십여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5000km 마다 점검하는 D라인이 7라인, 일정 주기 별로 하는 P라인이 4라인, 안전시험을 하는 Z라인 7라인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차량세척부터 차량 정비, 전기장치 정비, 기계 정비까지 이뤄진다.

대차(바퀴와 축 한 세트)별로 실제 운행 조건과 동일한 환경을 장비로 입력해 각종 밸브 성능을 체크하는 정비부터 초음파 장비로 차륜 상태까지 꼼꼼히 살펴본다. 안전과 직결된 차륜 상태는 5명이 1조를 이뤄 살핀다.

안전을 위해 크기가 큰 부품은 드로핑테이블과 같은 장비를 동원한다. 드로핑테이블은 차량 1개의 대차나 차축, 견인전동기를 분리해 재생작업까지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형 장비다.

중정비동은 스마트팩토리를 방불케 한다. 330kg의 차륜을 들어 차축과 어긋남이 없이 깎는 작업은 2019년부터 로봇팔이 대신한다. 로봇 도입 후 효율도 20%가 올랐다.

수도단의 정비 기술 상당 부분은 코레일이 직접 개발했다. 차량을 제어하는 컴퓨터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시뮬레이터가 대표적이다. 도입 시간이 오래돼 더 이상 구하기 힘든 부품도 역회로 기술로 자체 개발해 적용한다.

로봇 한문희 코레일 사장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안전 강화를 위해 디지털 기술 적용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위험을 예측하고 휴먼 에러를 최소화하는 예방 정비 시스템 △시설물 상태 정보와 유지보수 이력, 사고 장애 발생 내역, 각종 재난 상황 등 안전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통합 안전플랫폼을 활용해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정비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한 조직개편도 추진 중이다.

한문희 사장은 “디지털화, 자동화, 기계화를 신속히 추진해서 사고와 장애를 예방하고 고객과 철도 안전을 지키는 것이 코레일의 가장 중요한 비전”이라면서 “안전 분야에서 자동화, 디지털화를 좀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인력 위주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기계화, 첨단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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