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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 운행을 마친 KTX가 정비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코레일]

“KTX는 1년에 약 60만㎞, 한 달에 지구 한 바퀴(약 4만㎞)를 운행합니다. 그만큼 많은 거리를 운행하기 때문에 차량을 꼼꼼히 정비해 결함 없이 내보내고 있습니다.”(윤광호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부장)

지난 7일 찾은 경기 고양 덕양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수도단)에서는 고속열차 정비가 한창이었다.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은 코레일이 철도청 시절인 지난 2003년 ‘서울고속철도차량정비창’이라는 명칭으로 설립된 조직이다. 고속철도인 KTX와 KTX-산천,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KTX-이음의 점검·유지보수 등을 담당한다.

수도단은 축구장 200개 크기에 달하는 142만2000㎡ 규모로, 프랑스의 최대 중정비기지인 프랑스 국영철도(SNCF) 비샤임기지보다 6배가 크다. 이곳을 대표하는 경정비동(7만9321㎡)과 중정비동(7만4608㎡)은 각각 웬만한 아파트 한 개 단지와 비슷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날 시설 안내를 도운 오용석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장은 “수도단은 세계 최대 규모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고속철도 유지보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정비와 중정비를 동시에 수행하는 시스템을 한 곳에 모두 갖춘 곳은 전세계에서 수도단이 유일하다. 

경정비는 짧게는 1일, 길게는 16개월마다 한 번씩 진행되는 일상적인 차량 정비다. 주행거리에 따라 기본정비(5000㎞), 제한정비(15만∼16만5000㎞), 일반정비(30만∼33만㎞), 전반정비(60만∼66만㎞) 등으로 구분된다. 차량 세척부터 화장실 동작상태, 객차 승각문과 발판의 작동 여부를 점검하는 일이 경정비에 포함된다. 고속 주행으로 울퉁불퉁해진 열차 바퀴를 깎아주는 차륜 삭정, 닳아버린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하는 일도 경정비 작업의 일부다.

중정비는 고속차량 전반에 대한 부품분해정비, 반수명 대수선 등의 작업이다. 최대 30년인 고속열차의 수명이 최대 사용 연한의 절반에 달하면 용접부를 제외한 열차의 모든 곳을 완전히 분해해 전면 교체하는 작업으로 보면 된다. 15년 운행한 고속열차가 이 과정을 거쳐 다시 15년을 달릴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경정비와 달리 중정비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된다. 반수명 대수선은 열차당 13주가 걸린다.

2004년 도입된 KTX 46편성은 현재 15년 넘게 운행돼 모두 반수명대수선을 거쳤다. 현재는 2010년 도입된 KTX-산천에 대한 반수명대수선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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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코레일 직원들이 KTX 차량을 정비하고 있다. [사진=코레일]

수도단은 ‘스마트 융합정비기지’라는 별칭에 걸맞게 정비동 곳곳에서 업무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인 자동화 설비를 활용하고 있다. 

대차의 분해정비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드롭핑테이블’이 대표적이다. 수도단 내 KTX용·KTX산천용 2개가 도입돼 운용 중이다. 밑으로 떨어지는 작업대의 형태에서 이름을 따온 드롭핑 테이블은 KTX의 대차를 분리하고 차축, 견인전동기 교환 등을 수행하는 곳이다. 거대한 컨베이어벨트처럼 열차의 부품을 분해해 운반하는 기기로 작업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중정비동에서도 여러 자동화 설비가 작동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도 중정비센터에서는 KTX-산천 차량에 대한 반수명대수선이 이뤄지고 있었다. 열차는 모두 분해됐고, ‘수평 엘리베이터’라고 할 수 있는 트레버서가 열차 일부를 나르고 있었다.

이외에도 견인 및 전기제동력을 제어하는 모터블럭시험기, 배전반 등의 절연상태 및 기능을 시험하는 배전반시험기, 견인모터와 감속기의 성능을 점검하는 모터감속기시험기, 분리된 차량을 세밀하게 점검하는 칸 단위 시험기, 고속차량의 핵심장치인 차상컴퓨터 전자제어랙의 성능을 시험하는 KTX 차상컴퓨터 시물레이터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날 수도단을 함께 찾은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KTX 차량기지는 가장 첨단의 시설과 장비를 갖춘 스마트팩토리이며, 대한민국 고속철도 기술의 메카”라며 “사고와 장애를 예방하고 고객과 철도 안전을 지키는 것이 코레일의 가장 중요한 비전인 만큼 인력 위주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기계화, 첨단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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