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RF]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마스크 사업을 하고 있는데, 물품 구매할 돈이 없어서….” “새우 수입 사업을 하고 있는데, 냉장고 사용료가 필요해서….” “가사도우미가 가불을 해달라고 하는데 현금 100만원만….”

소개팅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만난 피해자 6명을 상대로 혼인 빙자 사기 등 로맨스 스캠을 벌인 A씨가 피해자들에게 했던 말이다. A씨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불과 반 년 남짓한 시간 동안 1억8000여만원을 편취했다. A씨는 실제로 기혼자인 데다 자녀까지 4명이 있었지만 피해자에게 청혼하고 고가의 신혼집을 살 수 있을 것처럼 속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을 사업가나 재력가 등으로 소개했으나 실제로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갚을 능력은 전혀 없었다. A씨는 임대한 벤츠 승용차를 타고 다녔으나 임대료 체납으로 운행정지가 된 상태였으며, 이 차량에 붙인 번호판마저도 훔친 것이었다.

결혼하는 이들이 매년 줄어드는 ‘비혼’ 사회 속에서 정작 결혼을 빙자한 사기는 횡행하고 있다. 자신을 재벌 3세 등으로 속여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에게 접근했다 현재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전청조(27)씨 역시 앞서 남씨와 결혼 계획을 발표했다.

8일 헤럴드경제가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 등을 통해 살펴본 결과 전씨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재력가로 소개해 신뢰를 얻은 뒤 투자금 등을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는 유형의 사기가 다수 발견됐다. 그 금액은 피해자당 수백만 원에서 최대 수억원 대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사기 의혹이 확산한 전청조(27)씨. [연합]

B씨는 지난 2019년부터 1년3개월가량 교제한 피해자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6000만원을 투자하면 1억원으로 불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B씨는 이 명목으로 7차례에 걸쳐 2000여만원을 받았으나, 실제로 이 같은 사업을 하는 지인은 없었으며 실제로는 유흥비 등으로 돈을 썼다.

이처럼 결혼, 연애 등을 빙자한 사기가 횡행하지만 실제론 처벌까지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는 상대방을 의도적으로 착오에 빠트렸다는 ‘기망’ 의도를 입증하기가 어려워서다. 최영은 법무법인 라온 변호사는 “연인 관계에서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며 계약서를 쓰지도 않을뿐더러, 단순 증여인지 혹은 나중에 돌려받을 목적으로 빌려준 것인지 입증하기 까다로운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혼인빙자 사기를 비롯한 로맨스스캠 사기 규모는 불어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집게한 로맨스스캠 피해액은 2020년 3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39억6000만원으로 늘었다.

한편 전씨는 현재 강연 등을 하면서 알게 된 이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26억여 원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남씨 역시 전씨와 함께 공범으로 고소 당한 1건에 대해 현재 출국 금지 조치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