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새 대법원장 후보로 ‘원칙론자’로 정평이 나 있는 조희대 전 대법관(66·사법연수원 13기)을 지명했다. 다만 조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임명되더라도 대법원장 정년 규정(70세)에 따라 대법원장 임기 6년을 다 채우지 못한다.

조 후보자는 경북 월성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공직을 시작했다. 1986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구지방법원장(대구가정법원장 겸임) 등 재판과 사법 행정 업무를 두루 거친 경험이 있다.

조 후보자는 2014년 대법관에 취임하면서부터 원칙을 강조했다. 취임사에서 헌법 1조를 언급하면서 “헌법이 선언하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수호함과 동시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공동체의 법질서를 확립하는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밝힐 정도로 원칙을 중요시 여긴다.

조 후보자는 보수 성향에 치우친 판결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진보적인 판결을 해 성향이 아닌 원칙에 따라 판결을 했다고 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조 후보자는 2014년 가전제품 수리기사들이 동부대우전자서비스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가전제품 서비스대행업체와 도급 계약을 체결한 수리기사도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존재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결을 했다.

2016년에는 삼성그룹의 노동조합 와해 시도를 인정하고 노조 간부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삼성 노조원이 노조 조합원 모집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등의 이유로 정직 등 징계를 받은 사건에서도 삼성 측 패소 판결을 했다. 또 청소 차량 운전원도 환경미화원으로 분류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학습지 교사들도 노조를 만들 수 있고 단체행동 등 노조 활동도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개인사업자로 취급돼 노동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방송연기자들도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했다.

반면 조 후보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부의 지형이 진보 성향으로 바뀔 때 소수의견을 내면서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리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며 14년 만에 판례를 변경할 때 소수의견을 내고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를 의미하는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전합 판결 때도 “가동연한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상향 조정해야 할 만큼 경제활동참가율의 현격한 증가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만 63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소수의견을 냈다.

아울러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행적을 비판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제재가 정당하다는 의견을 냈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별개의견을 내기도 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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