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LX세미콘의 실적이 올 들어 계속 하락세를 보이자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칼을 빼들어 수장 교체를 전격 단행했다. 구 회장의 ‘반도체 꿈’을 실현 시킬 선봉장으로 주목 받았던 손보익 사장 대신 ‘삼성’ 출신인 이윤태 사장을 LX세미콘의 ‘구원투수’로 삼은 것이다.

이윤태 LX세미콘 사장 [사진= LX세미콘]

LX세미콘은 8일 2024년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CEO로 이윤태 사장을 내정했다.

신임 CEO에 내정된 이윤태 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 학사, 카이스트 전기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개발실장, 삼성디스플레이 LCD 개발실장, 삼성전기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 사장은 삼성전기의 경영을 맡은 뒤 과감한 투자와 전면적인 체질개선을 추진해 삼성전기의 사상 최고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LX세미콘의 대표 교체는 올해 실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LX세미콘은 지난해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중 유일하게 매출 2조 클럽에 가입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였으나, 올 들어 전방 산업 위축 영향 등으로 매 분기마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실제로 LX세미콘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87% 줄어든 5850억원, 영업이익은 69.43% 감소한 391억원에 그쳤다. 2분기 매출은 24% 하락한 4천544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93% 줄어든 7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실적 역시 암울하다. 매출액은 13.8% 줄어든 4128억원, 영업이익은 75.3% 감소한 149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도 66.1% 하락한 139억원에 그쳤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것으로, LX세미콘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4717억원, 영업이익 393억원으로 추산됐다.

업계에선 LX세미콘의 실적 하락의 이유로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후 내부 일감이 줄어든 탓이 크다고 봤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LG디스플레이로부터 LX세미콘이 거둬들인 매출은 22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29%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DDI(디스플레이구동칩) 업황 악화와 주력 매출처인 LG디스플레이의 부진도 영향이 컸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영업손실 6621억원을 기록하며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사진=LX홀딩스]

이 탓에 구본준 회장은 LX세미콘의 분위기 변화를 위해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손 사장은 구 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를 역임할 때 스마트폰 AP를 LG전자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당시 프로젝트를 맡으며 신임을 얻은 바 있다. 또 시스템반도체 분야 전문가로 구 회장의 ‘반도체 꿈’을 실현 시킬 인물로 평가 받기도 했다.

구 회장은 1985년 금성반도체 부장을 시작으로 LG반도체 대표 등을 역임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5대 그룹 빅딜 과정에서 당시 대표로 있던 LG반도체를 현대그룹에 내줬다. 이후로도 반도체 사업에 아쉬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 회장은 LG에서 계열분리를 할 때도 그룹 내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인 실리콘웍스를 가져왔다. LX홀딩스 집무실 외에 LX세미콘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양재캠퍼스에 별도의 집무실을 두고 번갈아 출근하며 사업을 살피는 등 애정을 보였다.

그러나 LX세미콘에 계속 위기가 감지되자 결국 손 사장 대신 ‘삼성맨’인 이윤태 사장에게 눈을 돌렸다. 또 LX세미콘이 LG그룹과 계열 분리된 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과정에서 범LG가 내 관행을 깨고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를 협력사로 들인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양사는 삼성 스마트폰 패널용 DDI 연구·개발(R&D)을 위해 협력하고 있는데, 삼성디스플레이가 LX세미콘의 DDI를 사용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일각에선 이 사장이 LX세미콘에 합류하면서 삼성 측과의 거래 물량을 더 늘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LX세미콘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대비하고 선제적인 미래 준비를 위해 풍부한 기업경영 경험,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사업에서 뛰어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사업가를 신임 CEO로 내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LX세미콘은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한영수 이사를 상무로 승진시켰다. 박정현 책임연구원은 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LX세미콘 관계자는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미래 준비를 강화하기 위해 조직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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