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싱가포르, 박대성 기자] 전북 현대의 악몽이 계속된다. FA컵 역전패로 준우승에 머문데 이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패배했다. 동남아시아 원정길은 어렵지만 제대로 된 공격도 해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전북은 8일 오후 7시(한국시간) 싱가포르 잘란베사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4라운드에서 라이언시티에 0-2로 졌다. 라이언시티와 승점은 같았지만 득실에서 앞서 F조 2위를 유지하게 됐다.
전북은 ACL에 합류하기 전 포항 스틸러스와 FA컵 결승전을 치렀다. 전반전에 선제 득점에 성공하며 앞섰지만 포항 반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고 동점골 이후 역전골까지 허용해 FA컵 트로피를 내줬다.
FA컵 결승전 패배 영향이 없다곤 볼 수 없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 수 아래 팀을 상대로 ACL에서 만회해야했지만 싱가포르 원정길은 쉽지 않았다. 라이언시티 밀집 수비를 공략하지 못했고, 오히려 역습을 허용하며 불안한 수비와 집중력을 보였다.
전북 현대는 박재용을 톱에 뒀다. 문선민과 이동준이 양 측면에서 날개로 뛰었고, 이수빈과 아마노 준이 한 칸 뒤에서 화력을 지원했다. 백승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백을 보호, 수비는 정우재, 구자룡, 정태욱, 최철순이 뛰었다. 전북 골키퍼 장갑은 정민기가 꼈다.
전북은 라이언시티 원정길이지만 볼을 소유하며 운영했다. 라이언시티는 파이브백에 가까운 대형을 유지하며 전북 공격을 틀어막았다. 전북 공격을 최대한 막은 이후 역습 한 방을 노리려는 계산이었다.
라이언시티는 무작정 라인을 내리진 않았다. 전북 움직임을 살피며 기회가 되면 후방 빌드업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북이 두 세명 정도 에워싸며 재빨리 라이언시티 볼을 끊어낸 이후 주도권을 회복했다. 전반 14분 이동준이 측면 돌파로 라이언시티 방어막을 뚫고 전진, 라이언시티가 박스 안에서 태클을 했지만 파울은 선언되지 않았다.
전북은 코너킥 등 세트피스로 라이언시티 밀집 수비를 뚫으려고 했다. 라이언시티는 몸을 던져 전북 공격을 막아냈다. 라이언시티는 전반 21분 한 번의 위협적인 역습을 가져갔다. 전북 골망을 한 차례 노리며 정민기 골키퍼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후엔 지브코비치가 떨어진 세컨볼을 감각적인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넣었다.
전북도 라이언시티 밀집 수비를 세컨볼 이후 침투로 공략했다. 라이언시티는 전북 수비를 막고 롱 볼로 전환해 한 방을 조준했다. 전북은 전반 30분 정호재를 빼고 맹성웅을 넣어 그라운드에 변화를 줬다. 동점골이 필요했기에 얼리 크로스로 박스 안에 붙여 득점을 노렸다. 연이은 코너킥에서 백승호가 헤더 슈팅을 시도했지만 라이언시티 수비벽에 막혔다.
전반 36분 아마노 준이 하프 스페이스를 침투해 슈팅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라이언시티는 박스 안에 높은 신장을 배치해 전북 코너킥과 크로스 패턴을 차단했다. 아마노 준은 라이언시티 파이널 서드에서 볼을 지켜 침투하는 선수들에게 건네려고 했지만 라이언시티가 한 발 빠르게 차단했다.
라이언시티는 공격 패턴은 비슷했다. 후방에서 볼을 점유하다 지코비치가 뛰어 들어가는 타이밍에 맞춰 롱 볼을 때렸다. 라이언시티가 직선적인 공격 패턴을 시도했기에 볼 점유율은 전북이 높았다. 하지만 점유율에 비해 큰 소득은 없었다. 전반 추가 시간 문선민의 슈팅도 상대 골키퍼 품에 안기며 무위에 그쳤다.
전북은 후반전 빠른 동점골이 필요했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 득점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라이언시티는 전북의 넓은 배후 공간을 역습으로 역이용했다. 샤왈이 측면에서 최전방까지 올라와 전북 빈틈을 노렸다. 카운터 어택으로 추가골을 노리려고 했지만 전북 수비 전환이 빨랐던 탓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흐름은 전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라이언시티는 내려서고 전북은 공격하는 패턴이었다. 후반 8분 전북 수비가 또 롱 볼 한 번에 무너졌다. 라이언시티는 전방으로 침투하는 타이밍에 맞춰 크로스를 올렸는데 지코비치가 위협적인 슈팅을 했다. 골대 밑둥을 강타하며 아쉬워했는데 후반 12분엔 달랐다. 역습 상황에서 샤왈이 건네준 볼을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멀티골을 기록했다.
전북의 마음은 까다로운 동남아시아 원정길에서 바빠졌다. 습한 기후에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데 상대가 두 골이나 달아났다. 객관적인 전력 차이를 봤을 때, 전북 입장에선 예상하기 어려운 스코어였다. 그라운드 안에서 빨리 분위기를 회복하며 만회골을 넘어 동점골까지 따라 붙어야 했다.
하지만 내려앉은 라이언시티 틈이 보이지 않았다. 두 골을 앞선 라이언시티는 무리하게 공격할 필요가 없었다. 수비 대형을 유지하면서 롱 볼 혹은 카운터 어택으로 전북 배후 공간을 노리면 그만이었다. 전북이 조급하게 다가갈수록 차분한 쪽은 라이언시티였다.
후반 20분 문선민이 경고를 받았다. 전북은 라이언시티 박스 근처에서 원투 패스를 주고 받아 밀집 수비를 뚫으려고 했다. 그러나 라이언시티 수비는 견고했고 전북 패턴에 뚫리지 않았다. 전북에겐 답답한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라이언시티엔 3562명이 입장했다. 5천명만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구장이지만, 홈 팬들 응원은 활기찼다. 더운 날씨에 집중력을 잃어가는 전북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전북은 교체 카드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후반 32분 문선민을 빼고 송민규를 넣어 공격에 활력을 주려고 했다.
전북은 코너킥에서 짧은 패스를 활용해 라이언시티를 흔들려고 했다. 하지만 박스 안에 좁게 서 있는 라이언시티를 공략하기란 쉽지 않았다. 라이언시티는 박스 안에 볼이 들어오면 곧바로 걷어냈다. 후반 35분 기회를 포착하자 지브코비치를 중심으로 빠르게 역습을 했다. 다소 세밀함은 떨어졌지만, 두 골 차이로 벌어진 전북을 압박하기엔 충분했다.
라이언시티는 수비로 전환하면 파이브백에 가까운 대형을 만들었다. 후반 정규 시간 종료가 다가설수록 더 촘촘하게 몰아서며 전북에게 틈을 내주지 않았다. 전북이 침투 패스 등으로 비좁은 틈을 공략하려고 해도 어디선가 발이 뻗어 나와 걷어냈다. 한 발 나와 머리에 댄 헤더 슈팅도 소용없었다.
정규 시간 종료 직전, 라이언시티의 박스 안 파울로 얻은 페널티 킥 기회도 날렸다. 구스타보가 PK를 처리했지만 허공으로 볼을 띄웠다. 킥 이후 근육 통증이 있었고 곧바로 터치라인 밖으로 나갔다. 경기는 전북의 패배로 끝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