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만 1.5배 넘게 불어

15년來 최저 가치…투자 관심↑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5대 은행이 확보한 엔화예금 규모가 올해 들어서만 1.5배 넘게 불어나면서 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여 동안 유래를 찾아볼 수 없었던 역대급 엔저 현상이 펼쳐지면서,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와 일본 여행을 위한 환전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1조1298억엔으로 지난해 말보다 65.4% 늘었다. 원화로 치면 9조829억원(100엔=870원 기준)에 달한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4월 말 5978억엔까지 줄었다가 5월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해 9월 말 1조엔을 돌파했다.

예금 잔액 상당 부분은 기업 예금인데, 수출 기업의 결제 대금 수취와 일본 기업의 자국 송금 수요도 늘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조치 해제와 엔저 현상이 맞물리면서 여행 수요가 급증, 엔화 환전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5대 은행의 엔화 매도액은 약 3138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네 배 수준까지 늘었다. 은행이 고객에게 원화를 받고 엔화를 내준 환전 규모가 그만큼 불어났다는 뜻이다.

엔화예금이 인기가 끄는 이유는 원화 대비 엔화가 싸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이 약 15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환차익 수요가 커진 것이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6일 100엔당 867.38원을 기록해 종가 기준으로 2008년 1월 15일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 배경에는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금리를 마이너스(-0.1%)로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수정 강도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엔·달러가 150엔대까지 치솟았다. 또 우리나라의 공매도 금지로 인해 한국 증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원화랑 밀접한 엔화가 강세가 됐다.

일본 통화당국이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힌 가운데, 엔저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30~31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목표 달성 가능성이 다소 증가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금융완화정책의 지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 사이에서는 저평가된 엔화 매수를 고려할 수 있지만, 단기 고수익보다는 분할 매수를 통한 수익에 방점을 둬야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영업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단기 하단은 840원 수준이며, 내년까지 적정 환율은 890∼930원, 상단은 970원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엔화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나, 장기적으로 일본 경제 펀더멘털이 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대 수익률을 높게 예측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채란 하나은행 여의도골드클럽 PB부장은 “860원대와 850원 아래서 분할 매수하는 것을 권해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는 “엔화는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이 뚜렷해지기 전까지는 약세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향후 엔화 강세로의 점진적인 전환이 예상되므로 저점에서 분할 매수 접근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