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가운데)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앙카라에서 열린 튀르키예 공화국 건국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해방단체’로 규정해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고 있다. 내년 3월 지방 선거를 앞둔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발간된 보고서에서 “지난달 7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이후 테러단체 하마스를 지지하는 튀르키예의 수사는 EU의 접근 방식과 완전히 불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에서 소속 정당 의원들에게 “하마스는 테러 조직이 아니라 해방단체, 즉 자국의 땅과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무자헤딘 단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스탄불에서 열린 집회에서 이같은 언급을 되풀이하며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는 이스라엘에 대해 ‘전범’으로 규정하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튀르키예 외무부도 “EU는 민간인 학살에 직면해 역사의 잘못된 위치에 서 있다”며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기초한 정책은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중동을 포함한 전세계에 유효하다는 점을 EU에 상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U집행위원회의 보고서는 튀르키예의 오랜 숙원이었던 EU 가입을 위한 핵심적인 참고 자료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르도안 정부가 EU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내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행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튀르키예 내 이슬람주의 세력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지역 매체 알모니터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19년에 야당에게 패한 앙카라, 이스타불, 이즈미르 등 대도시 지역을 회복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이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에르도안 정부의 친 하마스 행보가 튀르키예의 전략적 입지를 축소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타트 렌데 전직 튀르키예 대사는 “하마스를 칭찬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태도에 기뻐할 나라는 이란 뿐”이라며 “하마스의 공격과 그 여파에 대한 그의 대응으로 튀르키예의 국제적 입지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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