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대형 쇼핑몰에서 가짜 캐시미어 제품을 판매한 사례가 또다시 적발됐다. 이번에도 저렴한 원단을 캐시미어로 속인 업체의 제품이었다.

9일 무신사와 29CM, SSF샵(삼성물산), EQL(한섬), W컨셉(SSG 자회사) 등 유명 쇼핑몰은 최근 1년간 캐시미어가 포함되지 않은 할렌(HALDEN)의 3개 제품을 캐시미어 머플러라고 판매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 직접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들 쇼핑몰에서 판매된 할렌의 ‘프리미엄 캐시미어 머플러(M014)’는 폴리에스터 82.4%, 레이온 17.6%, ‘솔리드 캐시미어 머플러(M012)’는 폴리에스터 72.5%, 레이온 27.5% 등으로 구성됐다.

캐시미어가 60% 포함됐다는 쇼핑몰의 안내와 달리 폴리에스터, 레이온 등 저렴한 합성 섬유로 만들어진 제품이 고급 양털 머플러로 이번에도 둔갑한 것이다.

앞서 이미 한 차례 가짜 캐시미어 머플러 사태를 겪은 EQL은 할렌과 247서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고 홈페이지에 환불 안내문을 게시했으며, W컨셉은 할렌과 247서울 제품에 대해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안내문을 게시했다. 반면, SSF샵은 아무런 공지사항을 올리지 않았다.

‘늦장 대응’으로 비판받은 무신사

상장을 준비하며 기업 가치가 3조 중반에 이른다는 대형 쇼핑몰 무신사는 이번 사태 이후 입점 업체들에 원단의 시험성적서를 제출토록 했다.

그러나 무신사의 원단 소재 확인은 ‘캐시미어’가 들어간 ‘머플러’ 제품만 해당하고, 캐시미어가 들어가지 않은 머플러나 캐시미어가 들어갔더라도 머플러가 아니라면 해당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니트·카디건 등 다른 종류에서도 허위 기재가 많다”고 증언하고 있어 무신사의 향후 대처는 업체의 고객 기만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는 또다시 캐시미어 혼용률 허위 기재로 논란이 커지자 지난 6일 247서울에 이어 7일 할렌의 캐시미어 머플러 제품을 환불한다는 공지사항을 홈페이지에 게시해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무신사 관계자는 “캐시미어 머플러 전 제품 소재 조사와 더불어 판매량 상위권의 브랜드는 블라인드로 구매 후 직접 성분 시험을 의뢰하는 쇼핑몰에선 전례가 없었던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입점 브랜드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믿을 수 있는 점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섬유 소재 관계자는 “의류 업계에서 원단 소재를 속이는 공공연한 비밀이 드러난 것”이라며 “기사가 나가고 나서야 많은 업체가 혼용률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논란 커지자 해당 제품 품절 처리 후 거짓 답변한 할렌

해당 제품을 만들어 유통한 할렌은 앞서 소비자의 항의가 잇따르자 돌연 해당 제품을 품절 처리하고, 상품명을 바꾼 뒤 “2023년도 겨울 제품부터 제품 소재가 바뀌었으며, 품질은 기존 상품과 동일한 제품으로 최대한 구현했다’고 안내했다. 또 이전 제품이 캐시미어가 맞냐는 문의에 ‘혼용률 변경 이전 출고 건은 기존 혼용률이 맞다”고 거짓으로 답했다.

사건 축소나 은폐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자 할렌은 247서울과 마찬가지로 자사 일부 제품에 캐시미어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소비자의 지적을 통해 알았다고 답했다.

업체 측은 사과문에서 ‘해외 생산공장에서 제공한 정보를 근거로 상세 페이지를 작성했지만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당사에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판매 제품이 많다 보니 의류 업계에선 모든 제품의 성분 검사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검사하지 않은 건 당사의 잘못이므로 고객이 구입한 모든 머플러 제품을 회수하지 않은 채 전액 환불을 진행하고 있으며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섬유 소재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는 것은 흔하게 보고되지 않는 사례”라며 “통신판매업자(판매자)가 혼용률을 허위로 기재한 것은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금지행위로 해당해 과태료, 영업정지,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이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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