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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재계 총수들은 유독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글로벌 각국으로 경제사절단이 돼 떠나 거국적 사업 협력을 이끌어냈고 국가적 행사인 부산국제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원 현장에도 발품을 아끼지 않았다. 와중에도 그룹별 주요 거점을 일일이 찾아 핵심사업 챙기기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사법리스크로 법원을 오가면서도 치열하게 해외 일정을 소화 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부상에도 목발 투혼을 불사른 최태원 SK그룹 회장, 지구 두 바퀴를 훌쩍 넘는 현장경영 강행군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범국가적 행사를 다 챙기면서도 주요 거점 사업은 확실히 챙긴 구광모 LG그룹 회장까지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올 들어 대기업 총수들이 경제사절단 개념으로 함께 움직인 자리만 10차례가 훌쩍 넘는다.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시점에, 정부와 함께 움직이며 정세를 파악하고 경영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부단히 뛴 셈이다. 대규모 사업을 수주하거나 협력을 약속하는 비즈니스 성과는 물론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특히나 미국 출장에 공을 들였다. 미국에 대거 몰려 있는 빅테크 기업들은 파운드리 사업의 주요 고객인 동시에 스마트폰 등 IT·전자사업의 핵심 파트너라서다. 지난 4·5월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간 김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을 만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의 세기의 만남도 이때 이뤄졌다.

워낙 바쁘게 뛰어다녔던 이 회장의 생일을 베트남 정부가 직접 챙겨주기도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과 베트남을 찾았던 이 회장은 국빈 만찬 자리에서 베트남 정부가 즉석에서 마련해 준 55번째 생일케이크를 받아 감격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수장까지 맡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의 해외출장은 그야말로 민간 외교관이었다. 최 회장과 SK그룹 CEO들이 그동안 직접 방문했거나 국내외에서 면담한 국가는 160여개국, 면담한 고위급 인사만 8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6월,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IE 총회 4차 프레젠테이션과 한국 공식 리셉션에 참석해 ‘목발 투혼’을 보여준 일화다. 뜨거운 최 회장 열정에 각 국 인사들이 감탄했다는 후기도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미국 출장길에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대한 대응에 골몰했다. 현장을 직접 살폈고 그 결과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완공도 내년 하반기로 앞당겼다. 9월엔 전기차 거점으로 삼아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시장도 점검했다. 내년 양산을 앞둔 LG와의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합작공장이 대표적이다. 5월 이탈리아에선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해 직접 선보이고 이 차에서 영감을 받은 수소 하이브리드 차 ‘N 비전 74’를 선보이는 자리에도 직접 참석했다.

구광모 LG 회장은 폴란드에서 방점을 찍었다. 당시 경제사절단에는 주요그룹 총수 중 구 회장만 이름을 올렸다. 폴란드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 LG전자의 냉장고·세탁기 공장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공장 등이 대거 밀집해 있다. 8월엔 돌연 북미로 떠났다.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인공지능(AI)·바이오(Bio)·청정기술(Cleantech) 등 이른바 ABC 사업을 챙기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LG화학 생명과학본부의 보스턴 법인과 아베오, 토론토의 LG전자 AI 랩 등을 찾아 바이오와 AI 분야의 미래 사업을 꼼꼼히 점검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총수들의 해외 출장은 부산국제엑스포 유치를 위한 행보가 많았지만, 각자 사업과 밀접한 권역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며 “직접 발로 뛰며 인맥을 쌓고, 눈으로 보고 영업환경을 파악했을 뿐 아니라 머리를 맞대어 투자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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