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지난 4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만찬에서 파트릭 슈페히트 BIE 실사단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몸이 수십개라도 모자르게 뛰고 있습니다. 땅에서보다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최태원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유치전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숨 쉴틈 없는 강행군 현장을 고스란히 대변한 말로 풀이된다.

오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앞두고 민관이 마지막 총력전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한덕수 국무총리(공동 유치위원장)와 각 부처 장관, 정·재계 주요 인사, 민간 부문까지 1년 5개월 동안 치열한 유치전을 펼쳐온 가운데 이번 BIE 총회를 마지막으로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그래픽 디자인=이은경
‘지구 409바퀴’ 숨가쁜 여정…“초반 열세였지만 이제는 해볼만하다”

민관 유치위원회의 숨가빴던 행보는 각종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유치전 돌입 이후 정부와 기업 인사들이 엑스포 유치를 목적으로 이동한 거리는 9월말 기준 각각 850만㎞, 790만㎞에 달한다. 합하면 지구 409바퀴를 돌 수 있는 거리다. 이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만난 해외 고위급 인사는 91개국, 455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만난 인사들도 92개국, 153명에 이른다.

민간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행보가 돋보인다. 이달 초까지 최 회장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동한 거리는 약 70만㎞로, 지구 둘레 약 17바퀴에 해당한다. 여기에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의 이동거리까지 포함하면

280만㎞(지구 40바퀴)까지 집계된다. 이들이 직접 접촉한 해외 고위급인사는 160여개국, 800여명이다. 삼성·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만난 인사를 더하면 1700여명으로 늘어난다.

그래픽 디자인=이은경

2030 엑스포는 당초 부산을 포함해 러시아 모스크바,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총 5개국이 신청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탈락하며 현재 부산과 리야드, 로마의 3파전으로 좁혀진 상태다. 이 중 리야드가 부산의 최대 경쟁도시로 꼽힌다.

초반에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가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유치위 곳곳에서 “이제는 해볼 만하다”, “기적의 역전극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의 경우 유치위 예산이 불과 15개월 전부터 투입됐음에도 리야드와 박빙 상황까지 끌어올린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尹대통령부터 재계 리더들까지 한마음…“맞춤형 득표 전략으로 역전 노린다”

주요 인사들의 여정도 숨가빴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한 윤 대통령이 지난 1년여간 정상외교에서 가장 공들였던 분야 중 하나가 부산엑스포 유치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1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부산엑스포는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도약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곧바로 부산에서 유치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에 이를 전담하는 미래전략기획관실을 두고 관련 내용을 수시로 보고받았다.

정상외교에서도 윤 대통령은 빠짐없이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해 왔다. 부산의 개최 역량 등을 평가하기 위한 BIE 실사단의 지난 4월초 현지 방문 때도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민간이 총력 대응에 나섰다. 당시 윤 대통령은 실사단 환영 만찬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재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이어갔다.

지난 6월 20일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BIE 총회에서 펼쳐진 제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도 이번 유치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연사로 등장한 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는 인류가 당면한 복합 위기에 대응하는 설루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부산 이즈 레디”를 강하게 외쳤다. 윤 대통령은 개최지 선정 투표를 두 달여 앞둔 지난 9월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UN)총회에서 시간을 30분 단위로 쪼개면서 각 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통한 총력전에 나섰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지난 100년 동안 세계 외교사에 없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덕수(왼쪽) 국무총리가 지난 2일(현지시간) 오후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총리 관저에서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

한 총리는 중남미·유럽 등 회원국을 번갈아 방문하며 각국 정상급 인사들을 공략했다.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엑스포 유치 심포지엄에 참석한 데 이어 아프리카·유럽 5개국을 도는 강행군을 통해 마지막 득표전을 펼친다.

한 총리는 지난달 파리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한국이 세계화에 맞는 전면 외교가 부족했음을 느꼈는데 이번에 접촉하면서 상당히 유익했다”며 “특히 카리브해 주변 국가들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와 한층 가까워진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아킬레스건 부상에도 목발을 짚고 6월 BIE 총회에 참석하는 등 ‘목발 투혼’을 발휘하며 주위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최태원(왼쪽)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빌리온 가브리엘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심포지엄’에서 라펫 하다리 북마케도니아 BIE 대표에게 부산엑스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작년 복권 뒤 첫 해외 공식 출장이었던 중남미 출장에서 멕시코·파나마 대통령 등을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있다.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 회장은 수시로 해외를 오가며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힘을 보태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아프리카 및 카리브해, 태평양 연안 주요국 주미대사 초청 행사에 참석해 부산의 경쟁력을 소개했다. 작년 10월에는 현대차·기아의 유럽 생산거점이 위치한 체코와 슬로바키아를 방문, 양국 총리를 만나 유치 활동을 펼쳤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의 생산기지가 있는 폴란드를 찾아 폴란드 총리를 예방하고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달 중순 일본을 찾아 현지 정·재계 인사들에게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하는 등 힘을 보탰다.

최종 투표를 앞두고 유치위의 막판 득표 전략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경제계 등에 따르면 민관은 182개 회원국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춰 부산엑스포 개최로 얻을 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맞춤형 전략’을 세웠다. 각 회원국의 무기명 투표로 개최지가 최종 결정되는 만큼, 각국 정상 또는 최고위급 인사를 1대1로 설득해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파리 현지에서 유치전을 펼치고 있는 장성민 대통령특사 겸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은 “파리엑스포가 가장 성공적인 엑스포 중의 하나로 기록된 것처럼, 부산엑스포 역시 아시아를 뛰어넘는 성공적인 세계엑스포를 꿈꾸고 있다”면서 “이번 부산엑스포는 국가와 국민이 하나로 연대하고, 세계가 하나로 연대하는 엑스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상 최초의 ‘노 싱글 유즈 플라스틱 엑스포’(No single use plastic Expo)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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