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박해민(왼쪽)과 박동원 ⓒ 곽혜미 기자
▲ LG 트윈스 박해민(왼쪽)과 박동원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LG 트윈스가 125억원을 들여 영입한 FA들의 활약 덕분에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의 단맛을 봤다. 그러나 트레이드로 영입한 ‘우승 청부사’의 배신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LG는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5-4 대역전승을 거뒀다. 1회초 4실점 했을 때만 해도 2연패를 예감하게 했는데, 한 점씩 차근차근 따라붙어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LG는 2002년 11월 8일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7로 승리한 지 7671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통합 우승 확률은 25.6%에서 44.4%까지 끌어올렸다. 

외부 영입 FA 듀오 외야수 박해민과 포수 박동원의 활약이 큰 힘이 됐다. 박해민은 타선의 짜임새를 더하고, 센터라인 수비 강화를 위해 2022년 시즌을 앞두고 4년 60억원을 투자해 영입했다. 박동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65억원을 투자해 안방을 보강했다. 기존 안방마님 유강남이 롯데 자이언츠로 FA 이적한 여파긴 했지만, 박동원은 당장 공격에서 훨씬 무게감을 더해줬다. 박동원은 정규시즌 20홈런을 치면서 공격형 포수의 힘을 보여줬다. 

포스트시즌에도 이들의 활약은 이어졌다. 박해민은 1차전과 2차전 모두 2번타자로 나서 공격 물꼬를 트는 임무를 톡톡히 해냈다. 박해민은 2경기에서 6타수 3안타 1볼넷 1사구를 기록하면서 타율 0.500, 출루율 0.625를 기록했다. 1번타자 홍창기가 2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볼넷 하나를 얻어 출루하면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박해민이 활발하게 kt 마운드를 공략한 덕분에 중심 타선까지 흐름을 연결할 수 있었다. 

박해민의 빠른 발도 큰 힘이 됐다. 2-4로 따라붙고 맞이한 7회말 박해민은 2사 후 볼넷을 얻는 데 성공했다. kt 필승조 손동현은 플레이오프 5경기와 한국시리즈 2경기까지 모두 출근 도장을 찍었고,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9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된 등판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박해민은 2사 후에도 침착하게 공을 지켜보며 볼넷을 골랐다. 

▲ 박해민 ⓒ곽혜미 기자
▲ 박해민 ⓒ곽혜미 기자

▲ 박동원 ⓒ곽혜미 기자
▲ 박동원 ⓒ곽혜미 기자

박해민이 볼넷으로 출루하지 않았더라면 kt는 8회 박영현, 9회 김재윤으로 이어지는 승리 공식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해민이 출루하면서 이 계산이 꼬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쳐 보이는 손동현을 마운드에 더 둘 수 없었고, 곧장 박영현으로 교체했다. 김현수는 바뀐 투수 박영현에게 우익선상으로 빠져 나가는 적시 2루타를 치면서 3-4 턱밑 추격을 이끌었다. 박해민이 앞서 출루하지 않았다면, 또 박해민의 발이 아니었다면 따라붙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8회말에는 박동원이 나섰다. 선두타자 오지환이 볼넷으로 걸어나가고, 문보경의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든 상황. 박동원이 박영현의 초구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월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리면서 순식간에 5-4로 뒤집었다. kt 필승조를 무너뜨리면서 다시 한번 박동원의 일발 장타력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2차전 MVP로 선정된 박동원은 “정말 좋아 눈물 날 것 같았다. 홈런치고 더그아웃에 있는 동료에게 너무 많이 맞아 눈물이 살짝 고이기는 했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LG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지난 7월 키움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우승 청부사’ 최원태가 무너져서다. 선발투수였던 최원태는 ⅓이닝 20구 2피안타 2볼넷 무탈삼진 4실점이라는 참혹한 성적을 남기고 물러났다. LG는 ‘윈 나우’를 위해 유망주 이주형, 김동규와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는데, 최원태는 올해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 최원태 ⓒ곽혜미 기자
▲ 최원태 ⓒ곽혜미 기자

▲ 최원태 ⓒ곽혜미 기자
▲ 최원태 ⓒ곽혜미 기자

포스트시즌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원태는 정규시즌에도 9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3패, 44⅓이닝, 평균자책점 6.70에 그쳤다. 2군에서 체인지업을 가다듬는 등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냈어야 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푹 쉬고 오르는 한국시리즈 무대라 여러모로 기분 전환이 됐으리라 봤는데, 자기 기량을 조금도 펼치지 못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1회 1사 2, 3루 위기에서 곧장 이정용을 마운드에 올리는 강수를 뒀다. 이정용은 최원태가 선두타자 김상수를 볼넷으로 내보내자마자 몸을 풀기 시작했다. 최원태의 구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고, 곧장 대비하게 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정용(1⅔이닝)-정우영(1⅓이닝)-김진성(⅔이닝)-백승현(⅔이닝)-유영찬(2⅓이닝)-함덕주(1이닝)-고우석(1이닝)까지 무실점 릴레이 호투를 펼치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원태를 재기용 여부는 물음표로 남았다. 염 감독은 “(최)원태가 5이닝은 던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제구가 안 돼서 일찍 무너졌다. 전력분석파트와 상의해야겠지만, 일찍 내려온 것이 4차전에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가 만들어졌다. (김)윤식이로 갈지 원태로 갈지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이어 “원태가 4차전을 안 나가게 되면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이)정용이가 선발로 들어갈 수도 있다. 휴식일에 많은 고민을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정용은 1, 2차전 모두 구원 등판해 2⅓이닝을 이미 던진 상황이다. 최원태 변수로 이정용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 이정용 ⓒ곽혜미 기자
▲ 이정용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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