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노란봉투법·방송3법 단독 처리…이동관 탄핵·국조 3건까지 추진

與, 李탄핵안 표결 막으려 필리버스터 철회…”野 탄핵중독·의회폭거” 규탄

‘野 강행처리→대통령 거부권’ 악순환 재연 가능성…정치 환멸 자극 우려도

'방송3법' 국회 본회의 통과… 야당 단독 처리
‘방송3법’ 국회 본회의 통과… 야당 단독 처리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3.11.9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여야의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9일 더불어민주당의 강행 처리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국이 다시 급랭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과 국정조사 카드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빼 들면서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달 23일 만나 정쟁을 자제하는 ‘신사협정’에 합의한 지 17일 만에 여야가 다시 극한 정쟁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법안 반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무제한 토론)를 계획했다가 이 방통위원장 탄핵안 표결을 피하기 위해 전격 취소하는 등 총선 앞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여야 간 치열한 수 싸움도 벌어졌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상정돼 민주당 등 야당이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전 집단으로 퇴장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에 대한 파업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며 반대한다.

방송 3법은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들 방송사의 이사를 추천할 때 정치권의 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권에선 친야 성향 언론·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오히려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이 방통위원장 탄핵안과 국정조사 요구서 3건(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및 은폐 의혹, 윤석열 정부 방송 장악 시도 의혹,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이날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민의힘 의원총회
국민의힘 의원총회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원회 의장 등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3.11.9 saba@yna.co.kr

국민의힘은 당초 4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준비했다가 막판에 취소했다.

각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이어질 경우 본회의가 끝나지 않아 보고 후 24시간 뒤 이 방통위원장 탄핵안이 표결에 부쳐지지만,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으면 탄핵안이 자동으로 폐기될 것이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탄핵안은 보고 후 72시간이 지나도록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폐기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동관을 지키려 반대토론조차 내려놓는 꼼수를 썼다”며 72시간 내 본회의 개최를 국회의장에게 요청하겠다고 했다. 본회의 개최가 불발되면 정기국회 내 탄핵안 재발의 가능성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탄핵 중독”, “의회 폭거”라며 민주당을 강력 성토했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도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앞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모두 폐기된 바 있다.

이번에도 거대 야당이 법안 강행 처리 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악순환’이 재연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대책 논의하는 민주당 지도부
대책 논의하는 민주당 지도부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2023.11.9 saba@yna.co.kr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메가서울’ 구상과 공매도 한시적 금지 등 잇단 정책 드라이브로 관심을 끌자, 민주당이 쟁점 법안 강행 처리와 탄핵 및 국조 추진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이슈 선점을 이어가자 민주당이 의회 안으로 전선을 옮겨 수적 우위를 활용해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오려고 한다는 시각이다.

결국 여야 모두 협치를 외면한 채 소모적인 정쟁만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극한 싸움이 각각의 지지층 결집에 유효할지 몰라도 중도·무당층의 정치 환멸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정치권이 도돌이표처럼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여야 모두를 대상으로 ‘물갈이 심판론’이 분출할 가능성도 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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