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비서실 국감-35
윤재옥 국회 운영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과 인사를 마친 뒤 위원장석으로 향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국민의힘이 9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한 것은 윤재옥 원내대표의 아이디어였다.

필리버스터는 국회에서 허용되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연설이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방송 3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초·재선 의원으로 구성된 필리버스터 순번을 확정해뒀지만 본회의 시작 후 전격 철회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를 언제부터 안 할 생각이었냐’는 질문에 “오늘 아침부터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점심시간 직전까지 민주당과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상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말 사정했다”며 “필리버스터라는 상당히 정치적으로 양당 간에 부담이 되는 일정인데, 거기에 탄핵까지 얹어서 하겠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읍소에 가까운 사정을 했다. 근데 안 받아들이셨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제1당인 만큼,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저지할 방법은 사실 없었다. 필리버스터 역시 민주당이 재적의원 5분의 3이 찬성하면 24시간 내에 토론을 종료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 원내대표는 “정확하게 1시 40분 조금 넘어서 이게(탄핵소추안) 접수됐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정말 정말 너무하구나, 심하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1시 40분경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원회관에 모여 의원총회에 한창이었다.윤 원내대표는 본회의 참석 직전 의원들에게 필리버스터 철회를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예정대로 진행했을 경우 민주당은 국회법상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24시간 내 토론이 종료되는 조항을 이용해 4박5일 안에 4차례의 필리버스터를 끝내고 법안들을 연쇄적으로 처리하는 한편, 이 위원장 탄핵안은 보고 후 24시간이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본회의에 법안과 탄핵소추안을 모두 접수시킨 후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통과됐지만, 탄핵소추안은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내에 열리는 다음 본회의에서 표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10일 내에 잡혀있는 본회의가 없는 만큼 탄핵소추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24시간이 지나면 금요일인 10일 오후, 72시간은 일요일인 12일 오후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앞서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던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은 대통령 거부권에,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은 자동 폐기 수순될 예정인 셈이다.

윤 원내대표가 ‘거야(巨野)’의 힘자랑을 묘수로 막아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철회 최종 결정 5분 전까지 아무도 몰랐다. 미리 알리라는 것은 그걸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민주당이 지금 약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일테지만, 더 많은 얘기를 하는 것은 상대 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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