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트릭 철심자동적층설비

# “타악” 굉음이 공장 안을 메웠다. 깜짝 놀라 소리가 난 것을 바라보니 족히 30미터는 돼 보이는 탑 모양의 설비가 서 있었다. 낙뢰를 발생시킬 시킬 때 나는 소리로 기기 안정성 확인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고층’ 설비다.

지난 7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안에 위치한 HD현대일렉트릭 초고압변압기 제조공장을 방문하자 출고를 앞둔 변압기 성능을 검증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최근 미국, 유럽, 중동 등 소위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장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스마트공장’으로 생산성 극대화

이날 찾은 곳은 500kV 변압기를 제조하는 스마트공장. HD현대일렉트릭은 울산 조선소내 800kV, 400kV, 300kV까지 총 4개 변압기 제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수백톤에 달하는 변압기 운송과 선박용 전력 제품 공급을 위해 조선소를 거점으로 삼았다. 500kV 공장은 기존 공장 철거 이후, 2020년 최신형 설비를 기반으로 재탄생했다. 설비, 공정 전체에 센서를 탑재하고 생산은 물론 온습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 관리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생산 및 자재 관리를 ‘생산운영시스템(MES)’으로 혁신했다. 각 공정별 생산 현황과 품질검사 결과, 자재 운영현황 등 생산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 관리한다. 생산 기술자, 설계 담당자, 생산 관리자 등 모든 담당자가 이 데이터를 생산 현장 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와 태블릿PC, 바코드 등을 이용해 동일 정보를 파악하고 제어한다.

중신 제조 공정에서 키오스크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신은 변압기의 자기회로인 철심(코어)과 전기회로인 권선의 조립체로 변압기 본체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다. 수천개의 전선과 철심이 정교하게 맞물린 장치로 조립 과정에서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립 과정에서 설계·해설서를 항상 참고해야 한다. 과거엔 이를 위해 양장본을 사업장에 비치했지만 지금은 키오스크로 대체했다.

양재철 HD현대일렉트릭 상무는 “제조 공정에 키오스크를 도입한 것은 업계에선 HD현대일렉트릭이 최초”라면서 “양장본이 업데이트 사항을 확인하고 교체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면 키오스크는 자동으로 매일 최신의 정보가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생산공정은 자동화로 효율을 극대화했다. HD현대일렉은 변압기 핵심 공정인 철심 조립을 자동화한 ‘철심자동적층설비’를 자체 개발했다. 로봇팔 같은 핸들러가 0.23mm~0.3mm 두께의 얇은 전기강판을 길이, 형상대로 절단하고 도면에 맞춰 절단품을 켜켜이 쌓아올려 원형 형태로 조립하는 적층 공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적층이 완료된 철심 구조물은 스스로 바인딩되어 크레인 없이 수직으로 세워진 후 다음 단계로의 이동을 준비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대용량 전력변압기의 철심 적층 전 공정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현한 해당 설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스마트 공장에 적용했다.

김영기 현대일렉트릭 부사장(오른쪽)과 이철현 경영지원부문장(전무)가 성장전략을 설명하는 모습.

◇2024년까지 변압기 공장 증설 추진…2030년 매출 5조원 달성 목표

HD현대일렉트릭은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3분기 매출 6944억원, 영업이익 85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9.8%, 125.9% 증가한 수치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처음으로 10%로 넘어섰고 수익성이 높은 북미, 중동에서 연이어 수주를 확보했다.

이는 일찍이 선진 시장을 내다보고 공정 개선 등에 투자를 단행한 결과다. HD현대일렉트릭은 업황이 가장 부진했던 2019년을 전후로 차근히 미래 투자에 나섰다. 당장 어렵더라도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을 위해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전략이 적중했다.

회사는 다시 한발 앞서 미래 투자에 나선다. 미국 및 유럽 변압기 시장 호황에 따른 변압기 수요 증가를 단기간 내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4년까지 울산 변압기 공장과 미국 알라바마 법인의 변압기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키로 결정했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미국, 한국, 중동 등 3대 주력 시장을 비롯해 최근에는 유럽과 오세아니아 시장을 공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드라이브를 걸면 내년 매출은 3조원 이상을 달성할 수 있고 2030년에는 5조원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생산능력을 뛰어넘는 수주를 하고 있어 내년 시황도 좋게 본다”며 “예전에는 2년후 납기 물량을 채우고 있었다면 지금은 3~4년 물량을 채우고 있다”고 밝혀다. 그는 “심지어 어떤 기업은 2033년 계약을 제안하기도 한다”며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내년은 물론 내후년에도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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