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전기차 핵심 ‘LFP 배터리’, 재활용 어려워

가격 낮추려니 재활용 어렵고, 환경 지키자니 가격 올라

폐기 비용 늘어날 듯… “환경 부담금 물려야”

(위쪽부터 시계방향) KG모빌리티 토레스EVX, 기아 레이EV, 테슬라 모델Y RWD ⓒ각사 (위쪽부터 시계방향) KG모빌리티 토레스EVX, 기아 레이EV, 테슬라 모델Y RWD ⓒ각사

최근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일 핵심으로 주목받는 이른바 ‘반값 전기차’가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값 전기차에 탑재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 보급단계인 현재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향후 LFP 폐기 비용에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투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는 LFP배터리의 재활용 방안 및 EPR(생산자재활용책임제) 도입 여부 등과 관련한 검토에 들어갔다.

환경부 배터리 리사이클링 관련 자문에 참여한 학계 관계자는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책임부서인 환경부에서 최근 LFP 배터리 재활용과 관련한 자문을 구하고 있다”며 “전기차 보급도 중요하지만 배터리 재활용은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사안이란 점을 환경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주춤한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LFP 배터리 전기차가 잇따라 출시되는 데 따른 것이다. 기아 ‘레이 EV’, KG 모빌리티 ‘토레스 EVX’, 테슬라 ‘모델 Y RWD’ 등 최근 3달 사이 출시됐고,BMW ‘iX’, 메르세데스벤츠 ‘EQS’ 등도 LFP 라인업을 확보했다.

LFP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핵심인 만큼 제조사들의 저가 전기차 출시에 대한 움직임도 이미 시작됐다. 현대차는 LFP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복수의 국내 중견기업과 협력,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고,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6일 독일 기가팩토리를 방문해 2만5000유로(약 3490만원) 가격대의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직원들에게 밝힌 바 있다.

중국과 달리 국내에선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이제 막 도입되는 단계임에도 환경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건 배터리 재활용과 관련한 대안이 없는 상황인 까닭이다. 그간 국내 대부분 전기차의 주류였던 NCM(삼원계) 배터리의 경우 95% 이상 재활용이 가능한 반면 LFP 배터리는 사실상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LFP 배터리 전기차가 늘어날 수록 향후 폐배터리 처리 문제는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현재 LFP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업체도 없다. NCM 배터리의 경우 재활용시 수익성이 보장되는 반면 LFP 배터리에서 추출할 수 있는 원료는 소량의 리튬에 불과해 쉽게 뛰어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LFP 배터리를 분해하기 위한 설비와 재활용 비용이 오히려 더 커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폐배터리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LFP는 재활용을 해도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설비나 비용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봐야하는데 그렇게 해서 재활용을 굳이 하더라도 쓸모있는 원료를 건지기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LFP 배터리 재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업계에서는 재활용 방안 보다도 이를 폐기하는 비용에 대한 환경부담금을 받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 LFP 배터리 전기차를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이들에게 일정부분의 책임을 지워야한다는 의미다.

LFP 배터리가 주류인 중국의 경우 이를 재활용할 수 없어 땅에 묻는 방식으로 폐기하고 있지만, 땅덩이가 좁은 우리나라의 경우엔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LFP 배터리는 리사이클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폐기 수순을 밟아야 하고, 차 하나당 500kg 이상의 배터리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게 될 것”이라며”정부가 나서서 제조사나 소비자에 환경부담금을 물도록 하는 정책이 수반되어야 7~8년 뒤 쏟아지는 LFP 폐배터리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LFP 배터리에 한해 EPR(생산자재활용책임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된다. EPR제도란 생산업체가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을 회수해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로, 환경부는 올 초부터 전기차 폐 배터리를 EPR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국내 대부분 전기차가 NCM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포함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폐배터리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결국 상품은 파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사는 것”이라며 “저렴한 전기차를 팔아 점유율과 판매량을 높이겠다는 제조사들의 욕심이 크다면, 판매로 인해 따르는 문제를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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