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기업, LCD 기반으로 마이크로LED 선제적 투자

국내 기업은 OLED 주력…중소형은 2025년 中에 추월 전망

투자 늦어지면 LCD, OLED 이어 마이크로LED 대응도 난항

애플워치 울트라.ⓒ애플 애플워치 울트라.ⓒ애플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마이크로LED(무기발광다이오드) 시장이 당초 전망보다 빠르게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흘러나오며 기대와 함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차세대 동력으로 마이크로LED를 꼽았지만 현재OLED(유기발광다디오드)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 패널사들의 대응이 한발 늦을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이다.

10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 AUO가 스마트워치용 마이크로LED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AUO는 최근 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말까지 TV와 차량용 디스플레이까지 마이크로LED 패널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타오위안 롱탄 지구에 6인치 마이크로LED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모바일 산업에서 LCD(액정표시장치)를 대신해 떠오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국내 기업과 중국 업체가 독식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선점하는 차원이라는 후문이다. AUO는 LCD 생산 능력 확장 계획은 없으며 차세대 패널인 마이크로LED에만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LED는 머리카락 두께보다 얇은 1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의 초소형 LED 소자가 스스로 색을 내는 디스플레이다.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TV에 달린 백라이트나 컬러 필터 없이도 스스로 빛과 색을 내는 ‘자발광’ TV이며 선명한 초고화질을 구현해 OLED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자발광’ 특성으로 인해 액정이 필요없다는 점에서는 OLED와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무기물에 기반한 디스플레이로, 유기물인 OLED와 달리 번인(잔상) 현상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전력 소모도 낮아 모바일 기기에도 적용이 가능하지만, 패널을 모듈 형태로 조립 가능하다는 특성으로 인해 초대형화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이같은 많은 장점으로 인해 ‘꿈의 디스플레이’라고 불렸음에도 국내 업계에서 시장 확대가 다소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던 이유는 초소형 LED 소자 수백만 개를 이어붙여야 하기에 생산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점 때문이다. 작은 크기의 패널에 수많은 소자들을 촘촘히 배치해야 하기에 소형화 역시 쉽지만은 않다.

국내 기업들 역시 마이크로LED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 손태용 삼성전자 상무는 지난 6일 뉴스룸을 통해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연구에 매진했다”며 마이크로LED에 대한 기술개발 및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마이크로 LED는 2029년에 이르러서야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 비중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본격적인 시장 형성이나 대중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까지도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의 ‘마이크로 LED 재편’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국내 업체들과 중화권을 필두로 한 글로벌 업체들의 선택과 집중에 따른 투자 속도차 때문이다. 현재 LCD 사업에서 발을 뗀 국내 패널사들은 LCD시장을 대체하겠다는 목표로 OLED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마이크로LED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OLED 위주의 사업을 펼치다보니 LCD 기반으로 마이크로LED에 집중적인 투자를 퍼붓는 중화권 업체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의 스마트폰용 OLED 출하량 비율 변화.ⓒ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한국과 중국의 스마트폰용 OLED 출하량 비율 변화.ⓒ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애플과 삼성전자 등 모바일 세트업체에서 LCD 대신 OLED 패널을 채택하며 현재 중소형 OLED를 기반으로 한 국내 패널사들이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2025년에 중국이 모바일용 OLED 출하량에서 역전한다는 전망은 이미 나온 상태다.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까지 갖추게 되는 2028년에는 매출액 기준으로도 역전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는 중소형 OLED를 꽉 쥐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연간 기준 최대 영업익을 달성하는 쾌거를 올리고도, 실적 발표에서 “(스마트폰용 OLED와 관련) 고객사들의 차별화 기술 요구가 차츰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대목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실제 매출액 기준으로 이미 중국 BOE는 LG디스플레이를 앞질렀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BOE는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중소형 OLED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올 1분기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삼성디스플레이 54.7%, LG디스플레이 17.4%로, 양사 합계가 72.1%다. 중국 BOE의 점유율은 2020년 1분기 6.1%에서 올 1분기 19.2%로 3년 만에 세 배 이상 뛰었다.

현재 중소형 OLED 분야에서는 글로벌 지위를 선도 중인 한국 기업들이 중화권 패널사들의 선제적인 마이크로LED 투자에 뒤쳐지게 될 경우 LCD, OLED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LED에서까지 시장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가 흘러나오게 된 배경이다. 특히 2025년 애플워치에 마이크로LED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AUO의 투자는 국내 패널사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전망에 따르면, 마이크로 LED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00만 달러에서 2027년 5억8000만 달러 가까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마이크로LED 산업의 연평균성장률이 14% 가까이 달할 것”이라며 “대형 디스플레이 및 스마트워치를 중심으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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