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팀이 국제 멸종위기종이자 한국 고유종인 구상나무의 잠재 서식지별 증감 원인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19일 SCI급 국제 저명 학술지인 ‘생물 보전(Biological Conservation)’에 실렸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의 대표 토종 식물로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 등 해발고도 1500m가 넘는 아고산지대에서만 자란다. 하지만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가 더워지면서 아고산지대의 구상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한라산의 구상나무 숲이 39% 이상 사라지는 등 대규모로 말라죽으면서 기후위기의 상징으로 지목된다.

이 교수 연구팀은 30년 주기로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의 구상나무가 어떤 이유로 늘거나 줄어들지 연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2030년, 2060년, 2090년 덕유산과 지리산국립공원의 구상나무 잠재 서식지는 아고산지대의 기온 증가와 강수량 감소에 비례해 가파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라산국립공원의 잠재 서식지는 오히려 소폭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기후의 영향도 받지만 사람이 다니는 등산로 역시 구상나무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는데, 한라산은 덕유산과 지리산에 비해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적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구상나무를 살리는 데 획일적인 전략이 아니라 서식지별 다른 전략을 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한라산은 바다와 가까이 있어 기후가 크게 변하지 않기에 구상나무의 생장 부분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면 된다”면서 “덕유산과 지리산의 경우 인도를 제한하는 등 해발 1500m 이상엔 사람들이 덜 찾아오도록 별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기후 변화와 이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지난 6월 이 교수 연구팀은 100년 동안의 개나리, 매화 등 봄꽃의 개화 시기와 기온 변화를 연구했다. 그 결과, 매화는 100년 전보다 53일, 개나리는 23일 일찍 개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구상나무 관련 연구 역시 7년 동안 구상나무 생태계와 기후, 인간의 연관성을 추적한 결과다. 이 교수는 “앞으로 구상나무 등 식물뿐 아니라 수달, 담비와 같은 우리나라의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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