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매각 1년 새 2배 넘게 급증

고금리發 리스크 비용 ‘눈덩이’

은행권이 마녀사냥에 휩싸였다. 높아진 금리에 모두가 고통 받고 있는데 혼자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공격이다. 정부를 넘어 대통령이 선두에 서면서 공세는 더 매서워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선거가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논리는 늘 그랬듯 매력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은행에게 고금리는 기회이자 리스크다. 이익이 불어나는 만큼 위험 관리 비용을 짊어지게 된다. 은행을 둘러싼 비난의 이면에 놓여 있는 불편한 진실을 팩트체크해 본다. <편집자주>

5대 은행 이미지. ⓒ연합뉴스 5대 은행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이 손실을 떠안거나 외부 기관에 헐값에 파는 형태로 정리한 부실대출 규모가 한 해 동안 두 배 넘게 급증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3조3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에 따른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은행권의 리스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이다.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 년 째 계속돼 온 금융지원 정책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상각하거나 매각한 부실채권은 총 3조29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3% 늘었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 부실채권을 상각이나 매각을 통해 처리하게 된다. 상각은 은행이 손해를 감주하고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렸다는 의미다. 부실채권 매각은 채권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이를 넘긴 것이다.

은행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유형별로 보면 조사 대상 은행들이 상각 처리한 부실채권은 1조544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5.5% 증가했다. 부실채권 매각도 1조7549억원으로 262.1%나 늘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가 7843억원으로 225.3%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농협은행 역시 7328억원으로, 우리은행은 6462억원으로 각각 101.9%와 148.3%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신한은행도 6187억원으로, 국민은행은 5177억원으로 각각 78.1%와 54.6%씩 부실채권 상·매각이 증가했다.

5대 은행 부실채권 상·매각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5대 은행 부실채권 상·매각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처럼 채권 상각과 매각이 확대됐다는 것은 은행이 회수를 포기해야할 만큼 차주의 경제적 사정이 나빠진 대출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금융사 입장에서는 대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3년 넘게 지속되고 있어서다.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대출 중 상당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왔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런 측면까지 고려하면 은행권의 부실 관리 비용은 향후 더 몸집을 불릴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여신 리스크 확대 흐름도 지속될 것”이라며 “부실대출에 대비하기 위한 은행권의 충당금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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